미국 백화점은 변신 중…오프라인 매장 생존 몸부림

미국 백화점은 변신 중…오프라인 매장 생존 몸부림

입력 2015-10-30 07:41
수정 2015-10-30 07:4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장기적인 소비 침체와 온라인 쇼핑의 성장 속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1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유수의 백화점들은 높은 비용을 들여 온라인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형 매장을 도입하는가 하면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을 지난 20일 찾았다.

전국 770개 점포 중 하나인 메이시스 백화점 헤럴드 스퀘어점은 1902년 설립돼 11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전체 면적 18만5천여㎡(약 5만6천평)의 대규모 백화점이다.

이곳 메이시스 백화점은 2012년부터 시작된 리노베이션을 최근 완료했다. 총 4억 달러가 투입된 대규모 리노베이션이었다.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버버리, 구찌 같은 명품 매장이 추가됐고 남성 매장도 기존 3∼4개층에서 5개층으로 확대했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스타일리스트 겸 가이드인 카튼 스펜스(48)씨는 “메이시스 전체 매출에서 남성 비중은 35∼40%에 달한다”며 “같은 층에서 정문 쪽은 여성, 다른 반대쪽은 남성 코너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각 매장은 특히 디스플레이에 공을 들였다. 2층의 폴로랄프로렌 매장은 천장에 카누를 붙여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라코스테 매장 천장에는 초록색 투명한 관을 통해 테니스공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테니스공을 치는 효과음도 나와서 마치 테니스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리바이스 매장에선 ‘커스톰 레이저바’를 통해 5달러만 주면 청바지에 레이저로 원하는 문양을 새겨주고 있었다. 선택 가능한 문양 중에는 태극기 문양도 있었다.

2층에는 ‘퍼머넌트 세일룸’이라는 신발 할인매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신발 브랜드를 한데 모아 사이즈별로 분류한 매장이다. 1년 내내 운영하는 상설 할인매장으로, 다 팔릴 때까지 상품을 놔둔다고 스펜스는 설명했다.

5층 남성복 코너 피팅룸에 가면 조명이 달린 전신거울이 설치돼 있다. 거울 오른쪽에서 ‘저녁’, ‘사무실’, ‘야외’ 등 상황을 선택하면 조명이 변화돼 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옷의 색감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으로 소비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스펜스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즐겨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패브릭(천)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것을 좋아해 오프라인 쇼핑만 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패션업계 종사자로서 특수성이 있지만, 온라인 쇼핑의 활황 속에서도 스펜스처럼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앞으로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통업계의 과제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내년 초 수익성이 낮은 점포 35∼40곳을 폐점하겠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2곳의 점포를 폐점했고 12개 점포를 새로 열어 현재 770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메이시스 백화점 및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을 운영하는 메이시스 그룹은 지난해 매출 기준 미국 1위 업체지만, 변화하는 유통업계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수익성이 낮은 백화점 점포를 정리하고 수익 전망이 좋은 점포에 투자를 늘리는 한편 아웃렛 확대, 옴니채널 서비스 강화 등에 주력하는 것이 향후 생존 전략이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2013년 옴니채널 전담 부서를 신설한 백화점이기도 하다.

테리 룬드그렌 메이시스 백화점 회장은 점포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폐점 결정은 어려운 일이지만, 고객의 쇼핑 행태가 계속 변화하는 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패션의 중심지 뉴욕에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기 위한 변화는 일반 패션 매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의류·잡화 디자이너 브랜드인 레베카 밍크오프(Rebecca Minkoff)는 IT기술을 접목한 ‘커넥티드 피팅룸’(connected fittingroom)을 운영 중이다.

커넥티드 피팅룸을 체험하기 위해 맨해튼에 있는 레베카 밍크오프 단독숍을 방문했다.

매장 내 진열된 블라우스를 들고 피팅룸에 들어가 벽면에 걸었더니 센서가 바코드를 자동으로 인식하면서 전면의 거울(화면)에 해당 제품이 떴다.

이 제품의 색상 및 사이즈 정보를 알려주는 동시에 같이 코디하면 좋을 재킷, 가방, 신발의 추천 목록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 중에 마음에 드는 제품을 클릭하고 저장 버튼을 누르면 담당 직원이 제품을 가져다주는 편리한 시스템이다.

레베카 밍크오프 스타일리스트인 사샤 페이튼(27·여)은 “여기 있는 제품은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상당수 고객이 온라인이 아닌 이곳 매장에서 구매하는 편”이라며 “지난해 11월 매장을 열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 업계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물건을 주문하고 인근 매장에서 직접 찾아가는 ‘스마트픽’ 같은 옴니채널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쇼핑과 문화를 결합한 ‘복합쇼핑몰’ 매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