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목련/최광숙 논설위원

[길섶에서] 목련/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2011-04-28 00:00
수정 2011-04-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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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필 때면 가슴이 콩닥거린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슴이 활짝 펴진다. 봄의 전령사 목련 앞에 서면 다들 마음이 살짝 달뜨게 마련인가 보다. 가수 양희은도 청아한 목소리로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생각나는 사람~”하고 옛 연인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난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순백의 여고 시절이 생각난다.

모교엔 목련나무가 있었다. 시험에 찌들었던 갈래머리 땋은 여고생들도 목련이 피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련 주변에 모여들곤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하얀 목련꽃이 핀 나무 아래서 친구들과 함께 추억의 사진 한장을 남기던 어느 봄날. 누군가 사진기를 가져 왔는데 교정 곳곳을 거닐다가 결국 발길이 머문 곳이 목련 앞이었다.

화들짝 꽃이 필 때 주는 극도의 화려함과 달리 꽃이 지면 너무 초라해 목련이 싫다는 이도 있다. 그래도 좋다. 눈꽃송이 같은 목련이 펼쳐지면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처럼 느껴진다. 온 세상이 환해지고 따뜻해지는 마법의 꽃이 목련이지 싶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1-04-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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