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의 29만원/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아버지의 29만원/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5-01 20:32
수정 2022-05-02 09: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길섶에서
길섶에서
어제가 아버지 6주기였다. 당신은 손수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에 가셨다. 의사가 한사코 물어도 자식들 전화번호를 알려 주지 않았단다. 의사가 “어르신, 아무래도 마지막이실 것 같아요” 하니까 그제야 누나 전화번호를 귀띔했다고 했다. 서울 있는 아들에겐 알리지 말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고.

뒤늦게 달려온 자형에게 의사가 말했다. “심폐소생을 하는데 셔츠 주머니에 만원권 스물몇 장이 있더라. 웬 돈이냐고 여쭈니 ‘사람들에게 폐 끼칠까봐 평소에 넣어 둔다’고 답하시더라.” 그때까지 의식이 또렷했던 아버지는 소생술을 도운 자형에게 “괜히 힘쓰지 마라”고 하시곤 30분 만에 운명하셨다고 했다.

돌아가시기 두 달 전 마지막으로 뵀을 때, 은행에 돈 찾으러 간다니까 아버지가 형형한 눈빛으로 “나, 돈 있다” 하시며 29만원을 셔츠 주머니에서 꺼내 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뜻을 얼마나 좇으며 사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는데….

2022-05-02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가수 유승준의 한국비자발급 허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가수 유승준이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세 번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다만 이전처럼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법원 판단을 따르지 않고 비자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한국 입국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 유승준의 한국입국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1. 허용해선 안된다
2. 이젠 허용해도 된다
3. 관심없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