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존 최, 시의원 도전…시장은 남녀 토박이 정치인 대결
미국 제2의 도시이면서 미국 최대의 한인 사회가 자리 잡은 로스앤젤레스 시장 선거가 21일(현지시간) 치러진다.로스앤젤레스 시는 이날 주민 직접 투표로 임기 4년의 신임 시장과 시 살림을 책임지는 회계감사관, 치안을 담당하는 검사장을 선출한다.
또 15명의 시의원 가운데 3명을 새로 뽑고 신임 시교육위원 2명도 결정한다.
로스앤젤레스 시 선거는 예비 선거를 먼저 치러 후보 2명을 추려낸 뒤 결선 투표로 당선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21일 열리는 결선 투표는 지난 3월 예비 선거에서 1, 2위를 차지한 에릭 가세티(42) 시의원, 웬디 그루얼(51) 시 회계감사관이 맞대결한다.
3선 금지 조항에 걸려 8년 임기를 마치고 퇴진하는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시장 후임 자리를 놓고 벌이는 선거전은 치열하다. 둘은 오차 범위 이내에서 접전 중이다.
둘은 모두 비야라이고사 시장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고 그동안 로스앤젤레스 시정에 깊숙이 관여해온 인물인데다 당선되면 시정을 이끌 방향도 사실상 비슷하다.
이런 공통점 탓에 선거전은 정책 대결 대신 인물 대결로 전개됐다.
그루얼은 사상 첫 여성 시장에 도전하고, 가세티가 당선되면 유대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된다.
멕시코로 이주했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이탈리아인 후손인 가세티는 지지 기반이 라티노와 아시아인 등 주로 이민자 사회이다.
부친이 로스앤젤레스 시 검사장으로 유명했던 가세티는 컬럼비아대, 런던정경대, 옥스퍼드대 등에서 공부한 수재.
로스앤젤레스의 사립 명문 USC에서 국제정치학 교수를 하다 2001년부터 13년 동안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으로 활약하며 지역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구축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간판 공립대학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를 졸업한 그루얼은 대학 때부터 풀뿌리 정치에 뛰어들어 톰 브래들리 시장 보좌관과 시의원에 이어 시정의 2인자인 회계 감사관까지 오른 여장부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경영자로 잠시 할리우드 경험도 했다.
그루얼은 백인과 흑인 등 보수적인 토박이들과 여성들의 탄탄한 지지를 얻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인 바버라 박서 등 중앙 정계 인사들의 지지도 큰 자산이다.
둘이 워낙 정책이나 경력 등에서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아 최대 9%가량으로 추정되는 부동층 표심이 당락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시장 선거 투표율이 워낙 낮아 열성 지지층의 투표율 높이기도 승패의 열쇠다. 지난 3월 예비 선거에서 투표한 로스앤젤레스 시민은 3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대 30만명에서 적어도 10만명은 된다는 한인들도 두 후보 선거전에 관심이 많다. 주요 한인 단체들은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
가세티와 그루얼 모두 한인 사회에 대한 이해가 두텁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한인 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도 많았고 당선되면 한인을 시정부 고위직에 기용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한인 사회는 시장 선거보다 시의원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상 첫 한인 시의원 탄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 선거에 출마한 가세티가 비운 제13지구 시의원 자리에 한인 존 최(33)가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3월 예비선거에서 존 최 후보는 미치 오파렐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오파렐 후보는 가세티 시장 후보의 보좌관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존 최 후보가 한인뿐 아니라 아시아계 주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역전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1살 때 이민 온 최 후보는 UCLA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찌감치 지역 정치에 뛰어들어 로스앤젤레스 시장 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은 15명밖에 안 된다. 시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주된 기능인 한국의 지방 의회와 달리 사실상 시정을 이끄는 집행부와 같다.
시의원의 영향력은 그래서 막강하다. 연봉도 15만 달러에 이르며 연간 200만 달러의 의원실 운영비도 나온다.
남부 캘리포니아주 지역 정계에서는 로스앤젤레스 시의원은 연방 하원의원 못지않은 위상이다.
연방 하원의원(김창준)과 주요 도시 시장(강석희, 최석호 어버인 시장)을 배출한 미국 한인 사회가 로스앤젤레스 시의원까지 탄생시킨다면 100년 미국 이민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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