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차베스, 호민관·독재자 엇갈린 평가…마두로, 황태자서 ‘짝퉁 차베스’ 전락

[세계의 창] 차베스, 호민관·독재자 엇갈린 평가…마두로, 황태자서 ‘짝퉁 차베스’ 전락

입력 2014-04-22 00:00
수정 2014-04-22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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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와 후계자 마두로

‘민중의 호민관’, ‘남미 좌파의 거두’, ‘독재의 현신’….

우고 차베스(1954~2013)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을 바라본 다양한 시각이다. 빈민층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14년간 장기 집권한 그는 1998년 첫 번째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내리 세 번이나 연임에 성공한 중남미의 대표적 좌파 지도자다.

1992년 동료 장교들과 일으킨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뒤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지겠다”는 책임감 있는 태도로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사회주의 계열 정당들과 연대해 좌파연합인 애국전선(PP)을 결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1998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56%가 넘는 지지를 받아 대권을 거머쥐었다. 2002년, 쿠데타로 위기를 맞았지만 이틀 만에 복귀했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여 민심을 샀다. 형편이 어려운 좌파 국가들에 국제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했다. 외국 기업을 국유화하는 등 시장원칙을 무시하고 언론을 압박해 민주주의를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1년 골반에서 종양이 발견된 후 세 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암 치료를 받으러 쿠바로 떠난 뒤 사망했다.

집권 1년여 만에 반정부 시위 등으로 코너에 몰린 니콜라스 마두로(52) 대통령은 차베스의 후계자를 자처한다. 1980년대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감옥에 갇혀 있던 차베스를 도우면서 그의 정치 인생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차베스의 변호 팀을 이끌었던 9세 연상의 변호사 실리아 플로레스와 결혼했다. 1998년 차베스의 대통령 당선 이후 국회의장, 외교장관, 부통령 등 초고속 출세 가도를 달려 ‘차베스의 황태자’로 불렸다.

외교장관 당시 차베스의 ‘입’ 역할을 맡아 미국 등과 대립각을 세웠다. 차베스가 4선에 성공한 뒤 부통령에 뽑혀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암 치료를 위해 쿠바로 떠나기 전 차베스는 “내가 살아 돌아오지 못하면 대선 때 꼭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뽑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이후 내치와 외교 양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두로는 카리스마 부족 등으로 ‘차베스의 짝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4-04-2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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