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증세·연금 삭감안 통과… 또 혼돈

그리스 증세·연금 삭감안 통과… 또 혼돈

오상도 기자
입력 2016-05-09 22:48
수정 2016-05-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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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 직후 EU 3차 구제금융 논의…노동자 사흘연속 파업·전국 시위

그의 눈빛은 희멀겋게 변해 있었다. 맥이 풀린 듯 하염없이 허공을 바라봤다. 탁자 위에 놓인 빈 유리잔은 바닥을 드러낸 재정을 상징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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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증세 반대 시위
그리스 증세 반대 시위 그리스 경찰이 지난 8일(현지시간) 연금 삭감과 증세 등에 반대하며 집회에 나선 아테네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쏘며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과 그리스 정부가 합의한 경제개혁법안이 9일 새벽 의회를 통과하면서 그리스 정국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아테네 EPA 연합뉴스
9일 새벽(현지시간) 그리스 의회에서 3차 구제금융 개시 조건인 세제 및 연금 개혁안이 진통 끝에 통과되자 알렉스 치프라스 총리는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로써 그리스 재정·금융위기가 재연될 것이란 주변국의 우려는 불식됐지만 6년간 긴축정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국민의 불만은 다시 폭발했다. 그리스 전역이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아테네 의회 밖에서도 시민 약 2만명이 최루탄을 쏘는 경찰과 충돌했다. 노동자들은 사흘 연속 파업을 벌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해 1월 “긴축 반대”를 외치며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위해 같은 해 7월 채권단에 무릎을 꿇은 뒤 이날 채권단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추가 긴축안을 확정했다.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지도자로서 공약과 다른 판단을 한 셈이다.

이날 표결에선 연립정부를 이룬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독립그리스인당(ANEL) 소속 의원 153명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야당 소속 의원 147명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개혁안에는 연금 지급액 삭감과 연금펀드 통폐합, 개인 분담금 증가, 중상층 증세 등이 담겼다. 긴축안 통과 직후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논의를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의 3차 구제 금융 규모는 860억 유로(약 114조 3447억원)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6-05-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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