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샤워를 하면서, 아인슈타인은 면도를 하면서 영감을 떠올렸다고 한다. 여기서 영감이란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라고 해석될 수 있으니, 이를 창의성이란 단어로 환치해도 무방하겠다. 이러한 행동들이 창의적 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목욕탕에서 보낸 시간들을 기분전환이나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창의적 영감을 얻는 모티브로 활용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의 원동력이 자원 중심에서 지식산업으로, 다시 창조경제로 옮겨 가면서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새 책 ‘피카소와 샤워를’은 이처럼 개인과 회사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창의성의 발현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개인이 사적 영역이나 직장 등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요령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알려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논지의 준거틀로 삼은 건 덴마크식 창의력이다.
책의 기본적인 전제는 창의성이 일상생활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이 머물렀던 욕조 같은 일상적인 장소들, 카타르시스를 주는 산책, 혹은 매일 이뤄지는 업무나 휴식시간 등이 보다 쉽게 창의성을 발현하는 통로가 된다고 했다. 이는 누구나 창의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지만, 뒤집으면 ‘저녁이 없는 삶’에 더 익숙한 한국인들이 창의적 인간이 되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란 섬뜩한 경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하필 덴마크일까. 최근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체계나 삶의 방식이 우리나라에서도 부쩍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덴마크는 우리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외형상 부존자원이 빈약한 작은 나라인 탓에 창의적 인간 양성이 생존의 필수조건인 것은 비슷하지만, 복지나 교육, 사회체제 등 내면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계층 간 장벽이 낮고 서로가 서로를 뒷받침해 주는, 그러니까 공동체의 원형이 덴마크에선 여태 살아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종종 책의 흐름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맞기도 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4-08-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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