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피해 줄이고 착륙해 아내를 보고 싶었다”

“민간 피해 줄이고 착륙해 아내를 보고 싶었다”

입력 2013-10-19 00:00
수정 2013-10-1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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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추락한 F-5E 전투기 조종사 이호준 대위

지난달 26일 훈련 중 충북 증평 부근에서 추락한 F5E 전투기의 조종사 이호준(32·학군33기) 대위가 민가 피해를 줄이고 기체를 살리느라 1시간가량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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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대위
이호준 대위
18일 공군 사고조사 발표에 따르면 이 대위는 이륙한 직후부터 기수가 급격히 상승하며 오른쪽으로 틀어지는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기지에서는 기수가 들려 지상을 볼 수 없게 된 이 대위를 위해 즉각 근처에 있던 항공기(추적기)를 접근시켜 돕도록 했다.

추적기는 이 대위에게 비행 속도와 고도, 기체 상승각도 등 정보를 제공하면서 4차례 비상착륙을 유도했다. 그러나 수평 꼬리 날개를 작동시켜 주는 장비인 연결로드의 나사가 빠져 꼬리 날개가 움직이지 않은 탓에 기수가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아 실패했다.

이 대위는 폭발과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연료를 최대한 소모해야 한다고 판단, 1시간 10여분 동안 30여회를 선회 비행했다. 민가를 피해 청주기지 북동쪽의 두태산 지역까지 비행한 후 탈출했다. 추락 지점은 민가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민가 피해는 없었다.

탈출한 이 대위는 낙하산을 폈으나 조종간을 움켜잡다가 힘을 모두 뺀 탓에 혼절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려 지상에 내려왔지만, 구조팀이 도착했을 때 또다시 혼절한 상태였다.

이 대위는 “이륙 직후 정상 비행이 불가능했지만 어떻게든 착륙시켜 무사히 아내를 보고 싶었다”면서 “옆에서 추적 비행을 해준 이상택 소령(공사 49기)은 한때 교관이어서 목소리만 들어도 의지가 됐고,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 소령의 조언만 믿고 사출을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절했다 깨어났는데 민가 피해가 없다고 들어서 너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2006년 임관한 이 대위는 2007년 12월부터 F5 계열 전투기를 조종하고 있다. 총비행시간 668시간 중 F5 계열은 501시간이다. 공군은 이 대위의 군인정신을 높이 평가해 표창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3-10-19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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