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피랍인 안전 핑계로 언론 입단속만… 교민·관광객에는 한 달간 주의 조치 없었다

외교부, 피랍인 안전 핑계로 언론 입단속만… 교민·관광객에는 한 달간 주의 조치 없었다

입력 2014-04-10 00:00
수정 2014-04-10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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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많은 마닐라 한복판서 납치·살해 벌어졌는데…

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여대생 이모(23)씨가 지난달 3일(현지시간) 납치된 뒤 지난 8일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보인 외교부의 재외국민 보호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외교부는 필리핀 경찰 당국이 비공개 수사를 진행 중이고 피랍자 안전을 고려한다는 이유로 이번 납치 사건을 비밀에 부쳤다.

문제는 이번 피랍이 한국인을 타깃으로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발생한 첫 강력 사건이고, 이씨 피랍 이틀 후인 지난달 5일 납치범 1명이 피살된 채 발견됐는데도 5만명에 달하는 필리핀 교민과 3만명의 현지 유학생, 우리 관광객에 대한 안전 조치에는 소홀했다는 점이다.

필리핀은 중국, 일본, 태국, 미국에 이어 연간 우리 국민 100만명 이상이 찾는 5위권 방문국이다. 외교부는 피랍된 지 보름이 흐른 지난달 21일 언론에 이 사건을 공지하며 비보도(엠바고)를 요청했다. 당시 외교부 관계자는 “납치범 중 1명이 살해되는 상황까지 발생해 피랍자의 안전이 염려된다”며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언론에는 보안만 강조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금품을 노린 납치 사건인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것이라고 오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피랍 사건이 우리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제2, 제3의 납치·살해 사건이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지난 6일에도 필리핀 북부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교민 1명이 괴한의 총격으로 숨졌다.

이씨 피랍 사건이 언제 공개수사로 전환될지, 납치범 일당이 검거될지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후속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 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이달 초 들어서야 현지 대사관을 통해 우리 교민과 유학생들에게 신변 안전을 강조하는 주의 메시지를 뒤늦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9일 “피랍 직후인 지난달 4일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고위 당국자가 필리핀으로 가 구출 수사를 독려했지만 이씨가 숨진 채 발견돼 매우 유감스럽다”며 “모든 채널을 통해 필리핀 교민과 유학생들의 안전에 주의를 당부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4-04-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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