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글 잊은 어머니…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치매로 글 잊은 어머니…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입력 2010-09-03 00:00
수정 2010-09-0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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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편지쓰기 대회’ 대상 받은 소아마비 임영자씨

‘눈으로 읽지 못해도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소아마비를 앓는 40대 딸이 치매와 중풍으로 쓰러진 70대 어머니에게 보낸 사랑의 편지가 전국에서 8만 4000여명이 응모한 ‘편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편지의 주인공은 서울에 사는 임영자(46)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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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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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책갈피에 낙엽 끼워준 어머니”

임씨는 우정사업본부 주최 ‘제11회 전국 편지쓰기 대회’에서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라는 글로 심사위원단에 최고의 감동을 주었다.

전국 편지쓰기 대회는 우정사업본부가 편지쓰기 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2000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입상작은 작품집으로 엮어 전국의 우체국과 학교에 배포한다.

임씨는 “치매로 글을 모르시는 당신에게 40년 만에 처음 편지를 드린다.”면서 “이 딸이 평생을 걸을 수 없듯이 당신 또한 잃어버린 기억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도 서럽고 서럽다.”고 썼다.

그러면서 12년간 중풍으로 누워 있던 남편의 병수발을 하고, 소아마비로 걷지 못하는 딸을 키우기 위해 안 해본 장사가 없는 어머니의 힘겨운 삶에 아픔을 토로했다.

임씨는 “어릴적 밖에 나가지 못하는 딸을 위해 봄이면 개나리를 꺾어다 주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낙엽을 책갈피에 몰래 끼워준 것을 잊지 못한다.”며 어머니의 사랑을 편지에 담았다.

●“가족 알아볼 땐 천금만금 얻은 듯 행복”

임씨는 또 “장애 때문에 당신을 밖에 모시고 갈 수 없는 처지가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몇 개월에 한 번쯤 가족을 알아볼 때는 천금만금을 얻은 것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면서 “어머니, 당신에게 처음 드리는 이 딸의 편지를 비록 눈으로는 읽지 못하셔도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라며 끝을 맺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2010-09-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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