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복서’ 유족, 안타까운 법정 공방

‘비운의 복서’ 유족, 안타까운 법정 공방

입력 2012-11-15 00:00
수정 2012-11-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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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배기석 선수 할머니 1년여 끈 소송 패소 법원 “권투위원회 선수 보호의무 위반 아니다”

2010년 7월 충남 예산의 한 중학교 학생체육관.

한여름 무더위로 후끈 달궈진 사각의 링에서 슈퍼플라이급(52.16㎏) 한국 타이틀 매치가 벌어졌다.

2003년 프로에 데뷔해 통산 전적 7승(4KO)1무7패를 기록한 정통파 배기석 선수는 ‘헝그리 복서’였다.

선반공으로 일하며 생활비와 대학생 동생 학비를 대느라 늦은 저녁이 돼서야 체육관에서 운동할 수 있었다.

이런 사정 탓인지 최근 슬럼프에 빠졌다. 2009년 4월 한국 플라이급 타이틀전, 같은 해 10월 일본 원정경기에서 잇따라 졌고 그것도 둘 다 KO패였다.

재기를 노리고 9개월 만에 링에 오른 그는 또 다시 고전했다.

‘쿵…, 쿵’

경기 도중 두 차례 버팅(Butting)이 있었다. 상대 선수와 수차례 머리를 치받아 큰 충격을 받았다.

결국 8회 TKO로 패한 배 선수는 두통을 호소하고 구토 증세를 보이다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의심 진단을 받았다.

그는 종합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의식을 잃었고, 숨골 부위에 심각한 손상이 발견돼 곧바로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으나 숨졌다. 스물셋의 젊은 나이였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도 헤어진 배 선수를 손수 키우다시피 한 할머니는 법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법리는 만만치 않았다.

배 선수의 할머니는 ‘경기를 주관한 한국권투위원회에 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4부(이기택 부장판사)는 배 선수의 할머니 주모(81)씨가 ‘1억6천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권투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9년 1월 개정된 권투위원회 경기규칙상 연속 3회 KO패나 TKO패 당한 선수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한 후 승인을 받아야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위원회 측이 선수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배 선수가 직전 2경기만 KO패했고 마지막 KO패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하면 규칙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출전시킨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배 선수의 어머니 김모씨가 사고 이후 모든 권리를 할머니 주씨에게 양도했다고 확인서를 써줬으나 가정법원 신고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씨의 상속권도 인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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