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광복 70주년] “대한민국은 어머니를 알지 못합니다”

[단독] [광복 70주년] “대한민국은 어머니를 알지 못합니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8-09 23:34
수정 2015-08-10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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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영 여사 아들 차영조씨의 한탄

“백범 선생이 제 어머니에게 ‘독립운동하는 사람을 돕는 것도 독립운동’이라면서 아버지와의 결혼을 중매하셨대요. 그 말에 홀몸으로 이국 땅에 와 있던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셨고 절 낳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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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발간되는 여성독립운동가 인명사전에 등재될 고 홍매영 여사의 신분증. 1943년 중국 충칭 정부에서 발행한 것으로, 직업이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돼 있다.  차영조씨 제공
오는 11월 발간되는 여성독립운동가 인명사전에 등재될 고 홍매영 여사의 신분증. 1943년 중국 충칭 정부에서 발행한 것으로, 직업이 ‘한국독립당 당원’으로 돼 있다.
차영조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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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영 여사 아들 차영조씨
홍매영 여사 아들 차영조씨
오래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는 아들의 얼굴에도 주름이 깊게 패어 있다. 9일 서울신문과 만난 차영조(71)씨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비서장을 지냈던 독립운동가 동암 차리석(1881~1945) 선생의 아들이다. 그의 어머니 홍매영(1913~1979) 여사는 남편의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는 11월 발간될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의 ‘여성독립운동가 인명사전’에 등재될 예정이다.

차씨가 태어난 이듬해 일제가 패망했지만 동암 선생은 1945년 9월 광복 24일 만에 과로로 생을 마감했다. 이듬해 4월 고국으로 돌아온 홍 여사는 서울 충무로 등지의 노점에서 양담배를 몰래 팔아 생계를 꾸려야 했다.

차씨는 “부모님께 죄인 같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선열들은 처자식 다 버리고 목숨 내놓고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광복 70주년이 됐지만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요. 국가보훈처에서 ‘한국독립당(1930년쯤 중국 상하이에서 김구 선생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만든 정당) 당원’이라고 적힌 어머니 신분증만 가지고는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을 수 없다는데, 집에서 바깥사람 뒷바라지만 하던 부녀자한테 어떤 증빙 자료가 있을까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08-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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