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부친 살해…“아들이 기초수급 아버지에 집문서 요구”

어버이날 부친 살해…“아들이 기초수급 아버지에 집문서 요구”

입력 2016-05-10 14:56
수정 2016-05-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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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자 주변인들 “한 달전 아들이 난동. ‘아들 무섭다’ 했다”

어버이날 자식들에게 잔혹하게 흉기로 살해된 70대 노인은 정부의 기초생활 수급지원을 받아 홀로 살아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A(78)씨의 가족은 7년 전 A씨 아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각자 따로 살기 시작했다.

아들 B(43)씨와 딸(48) C씨는 독립해 목포에 주소지를 둔 채 광주 남구에서 살았고 A씨는 기초연금과 생계급여 등 월 36만원 안팎을 지원받아 홀로 생계를 꾸렸다.

부양의무자인 자녀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었고, 30년이 넘은 A씨 명의의 79.67㎡짜리 아파트 역시 지금은 1억500만원선에 거래되나 당시 평가액은 6천40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주로 복지관에서 낮시간을 보내며 댄스와 요가 등을 배우고 지난해 초부터는 아파트 동 대표와 감사를 맡을 정도로 활동적이었지만 평소 자녀나 가정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A씨의 아파트 같은 동 주민들은 “그야말로 ‘남자 혼자 사는 조용한 집’이었다. 평소 자녀들이 왕래하는 모습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지관에서 만난 노인들도 “원래 말이 많거나 자랑하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 상고를 졸업한 뒤 서독에 광부로 파견나갔다는 등 자신에 대해서는 말해도, 자식들 얘기를 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와 같은 복지관에 다니며 가깝게 지내던 D 할머니는 “한 달 전에 아들이 A씨를 찾아와 때리고 괴롭히는 바람에 A씨가 ‘아들이 무섭다’며 우리집에 피신왔다”고 말했다.

A씨의 동생도 경찰조사에서 “한 달 전 아들이 집에 찾아와 ‘집문서를 내놓으라’며 소동을 벌여 고민이라고 얘기했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아들과 딸은 미혼으로, 최근에는 무직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B씨는 오랫동안 고시공부를 했으며 딸 C씨는 한때 교회 전도사로 활동한 전력이 있으나 최근에는 다니던 교회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딸은 2010∼2011년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신고했고 2011년에는 두 차례나 아버지를 상대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아내기도 했다.

A씨는 지난 주말에도 D씨에 집에 머물다가 교회에 간다며 어버이날인 8일 오전 8시께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흉기와 둔기로 살해된 채 집 안 고무통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B씨와 C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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