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자세가 안되냐” 장애인 건강검진 ‘잔혹사’

“왜 이 자세가 안되냐” 장애인 건강검진 ‘잔혹사’

입력 2016-05-17 11:45
수정 2016-05-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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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자세가 안되냐, 가만히 좀 있어라.”

엑스레이(X-Ray) 촬영을 하기 직전 뇌병변장애인 A씨가 긴장으로 경직되자 방사선과 의료진이 던진 말이다.

비장애인들처럼 촬영에 필요한 여러 자세가 쉽게 되지 않자 의료진이 무심코 던진 말이지만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A씨는 큰 상처를 입었다.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병원을 찾은 장애인들이 겪는 불쾌감이나 수모는 이뿐만이 아니다.

키 177㎝, 몸무게 90㎏로 비교적 거구인 지적장애 1급 장애인 B씨는 일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없다.

간단한 주사를 맞으려 해도 성인 남자 3∼4명이 붙잡아야 하고,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B씨를 병원이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병원의 검사장비는 비장애인용이어서 아예 장애인들은 검사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

심지어 일부 병원은 장애인 검진자를 받으면 시간이 지체돼 정상인 검진자를 더 많이 받을 수 없다는 ‘상업적 이유’로 장애인 건강검진을 거부하는 곳도 있다.

접근성도 문제다.

건강검진 지정병원 중 규모가 작은 병원 대부분은 엘리베이터가 운행하지 않는 2층에 있다.

이 때문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검사는커녕 병원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실정이다.

병원 측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건물주가 아니어서 개선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전북지역 건강검진 지정병원은 총 248곳이지만 그 가운데 70%에 육박하는 170곳이 규모가 작은 의원급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이 마음 놓고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전용 지정병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한완수 전북도의원은 “장애인 건강검진 지정병원을 마련하면 조기검진으로 장애인들의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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