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체질이라던 아들이 공군에서 숨져…부모 탄원

軍 체질이라던 아들이 공군에서 숨져…부모 탄원

입력 2016-05-27 14:30
수정 2016-05-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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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스스로 목숨 끊은 이등병 부모 “간부 폭언·암기 강요가 원인” 주장

“나의 사랑, 나의 조국, 젊음과 열정을 하늘에 바치겠습니다. 필승!”

올해 2월 교대를 졸업한 A(23)이병은 같은 달 15일 공군에 자원입대했다.

A 이병의 어머니는 입대를 20여일 앞두고 “엄마 나 군대가”라고 말한 아들의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아들은 고등학생 시절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것을 꿈꾸곤 해 공군에 지원했다.

아들을 군에 보내는 모든 부모의 마음처럼 A 이병의 부모도 걱정이 앞섰지만,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휴가 나온 아들은 “훈련소의 생활이 좋다고 이럴 줄 알았으면 사관학교 갈 걸 그랬다”고 말해 조금은 안심하던 터였다.

A 이병은 훈련소에서 작성한 ‘나의 각오’에 “나의 사랑, 나의 조국, 젊음과 열정을 조국에 바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공군에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랬던 아들이 자대배치 17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왔다.

지난 12일 오전 9시 5분 공군 제1전투비행단 장병 생활관 화장실에서 A 이병은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A 이병의 소지품에서는 “15∼16일 전화번호부 시험 본다”는 선임병의 글이 적힌 30쪽 분량의 노란색 책자로 된 군 전화번호부와 업무지침이 발견됐다.

공군은 사건 당일 아침 점호 시 A 이병이 보이지 않았으나 ‘사무실에 일찍 출근한 것’이라고 판단해 신병인 A 이병이 사라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뒤늦게 동료 병사의 보고를 받고 찾아 나서 화장실에서 숨져 있는 A 이병을 발견했다.

A 이병의 부모는 언론사 등에 보낸 탄원서에서 아들이 자대배치 후 휴가 나와 “간부 때문에 힘들다”고 수차례 말했다고 주장했다.

A 이병이 상황실 근무자로 배치된 후 전화 응대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간부에게 지적을 받아왔다는 말을 들었다고 부모는 전했다.

A 이병은 친구들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선임들은 다 좋은데 간부들이 좀 힘들다”며 “점점 맨탈이 부처가 되어가고 있어”라고 말한 것으로 부모는 주장했다.

A 이병의 아버지는 “아들이 극도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견딜 수 없는 인격적 모멸감과 언어폭력을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아들에게 저는 군을 믿고, 참고 잘 지내라고 한 무지하고 자격 없는 아버지가 되었다”고 말했다.

A 이병의 부모는 ▲ 전화 응대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 압박감 ▲ 간부들의 인격 모멸감을 줄 수 있는 언어 폭행 ▲ 다소 과중한 분량의 암기사항으로 인한 정신적인 학대 ▲ 합리적인 신병관리 체계의 부실 등이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군 수사당국에는 언어 폭행과 가혹 행위가 의심되는 만큼 관제상황실 간부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 관계자는 “간부와 병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데 현재까지 폭언에 대한 진술이 나온 바 없다”며 “암기를 지시한 병사도 A 이병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또 “동료 병사들 말로는 A 이병이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실이 있으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암기나 폭언 때문인지는 추가 수사를 진행해봐야 안다”고 밝혔다.

공군은 A 이병 국과수 부검결과 추가 조사를 토대로 사건 경위를 규명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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