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갔다가 전재산 털렸습니다”… 최악 치안도 충격인데 업체·경찰 대응 황당

“유럽 여행 갔다가 전재산 털렸습니다”… 최악 치안도 충격인데 업체·경찰 대응 황당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5-09-25 07:34
수정 2025-09-2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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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서 렌터카 빌렸다가 ‘차량털이’ 당해
쇼핑몰 CCTV 앞인데도 창문 부수고 도둑질
신고하러 간 경찰서엔 일본·중국 피해자들도
경찰 “스페인선 흔한 일…당장 해결 어려워”
업체, 차량 교체 거부하다 경찰 오자 말 바꿔
공항서 만난 한국인 가족도 똑같은 피해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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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에서 렌터카를 빌렸다가 차량털이 도난범죄를 당한 유튜버가 피해 신고를 위해 방문한 바르셀로나 한 경찰서에서 재판까지 가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스페인 여행에서 렌터카를 빌렸다가 차량털이 도난범죄를 당한 유튜버가 피해 신고를 위해 방문한 바르셀로나 한 경찰서에서 재판까지 가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스페인 여행 중 렌터카를 빌렸다가 차량 내에 둔 모든 짐을 도난당한 것도 모자라 최악의 업체 대응을 겪은 한국인 여성의 사연이 화제다.

유튜버 ‘물만난고기’는 지난 8일 공개한 ‘악명 높은 바르셀로나에서 전재산을 털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같은 피해 사실을 알렸다. 영상에 담긴 충격적인 상황이 화제가 되면서 25일 현재 조회수 10만회를 돌파했고, 구독자 수도 5000명을 넘어섰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해 12월 24일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동한 유튜버는 렌터카를 빌렸고, 여러 지역을 돌아볼 본격적인 스페인 여행 시작 전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이날 바르셀로나의 한 대형 쇼핑몰에 들렀다.

그런데 약 30분간 쇼핑 후 주차장으로 돌아온 유튜버는 최악의 유럽 여행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렌터카 창문은 산산조각 나있었고, 차 안에 있던 여행가방과 그밖의 짐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자물쇠로 여행가방을 차 안에 단단히 고정시켜 놨지만 절도범들은 가방 손잡이를 잘라낸 후 훔쳐갔다. 차 바로 앞에 폐쇄회로(CC)TV가 있었는데도 벌어진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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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대형 쇼핑물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렌터카의 창문이 산산조각 나 있는 모습. 유튜버는 차 안에 있던 여행가방 등 짐을 모두 도난맞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대형 쇼핑물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렌터카의 창문이 산산조각 나 있는 모습. 유튜버는 차 안에 있던 여행가방 등 짐을 모두 도난맞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유튜버가 쇼핑몰 측에 이런 상황을 알렸더니 “다음에 또 올 때는 차 안에 짐을 절대 두고 (쇼핑을) 가지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쇼핑몰 측에서는 현지 경찰에 제출할 진술서 작성을 도와준 뒤 담당 직원 사인을 해줬다.

인근 경찰서에 간 유튜버는 그곳에서 일본인과 중국인 피해자도 만났다. 경찰서 앞에 있던 일본인 일행 중 딸은 “길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엄마의 가방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가방 안엔 여권, 현금, 신용카드 등이 모두 들어 있었다고 했다.

경찰서 안에 있던 중국인 남성은 “길에 서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걸었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손목을 잡더니 1300유로(약 215만원)짜리 시계를 뺏어갔다”고 말했다.

유튜버는 2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영어를 할 줄 아는 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진술했다. 담당 경찰관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렌터카 내 물품 절도가 “스페인에서는 흔한 일”이라며 “프랑스에서 온 가족도 렌터카 창문이 다 부서지고 짐이 다 사라졌다고 조금 전 신고하고 갔다”고 했다.

유튜버는 “쇼핑몰 주차장 CCTV를 볼 수 있냐”고 물었는데, 경찰관은 재판을 하게 되면 판사가 CCTV를 요청할 것이고 거기서 뭔가를 발견하면 범인을 추적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해결되진 않는다. 너무 많은 사건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근 시간이 된 경찰관은 “범인을 잡고 싶으면 내일 다시 오든지 다른 경찰서에 가보라”며 조사를 끝낸 뒤 퇴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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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스페인 여러 지방 소도시 여행을 위해 빌렸던 렌터카.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유튜버가 스페인 여러 지방 소도시 여행을 위해 빌렸던 렌터카.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렌터카 업체가 크리스마스에는 문을 닫았기에 유튜버는 며칠 뒤에야 교체 또는 환불 요청을 하러 갈 수 있었다. 업체에 가보니 또 다른 피해 차량이 창문이 부서진 채 세워져 있었다.

차량 교체를 원하는 유튜버에게 업체 직원은 “차가 없다. 다른 지점에 가보라”고 했고, 이에 환불을 요청하자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적반하장으로 경찰까지 불렀다.

업체에 도착한 경찰이 자초지종을 듣고 직원에게 ‘차를 왜 안 준 거냐’고 하자 그제서야 없다던 새 렌터카를 빌려줬다는 게 유튜버의 설명이다. 이 과정을 유튜버는 촬영했으나, 경찰은 그 자리에서 해당 영상을 모두를 유튜버의 카메라에서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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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한 쇼핑몰 직원이 렌터카 차량털이 도난범죄를 당한 한국인 유튜버에게 “차 안에 짐을 절대 두고 가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 쇼핑몰 직원이 렌터카 차량털이 도난범죄를 당한 한국인 유튜버에게 “차 안에 짐을 절대 두고 가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유튜버가 받은 새 렌터카는 운전석 옆 스크린이 고장난 상태로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그는 “일부러 고장난 차를 준 것 같다. 직원한테 고장 났다고 얘기했더니 ‘나가서 얘기하자. 일단 나가라’ 해서 업체 밖으로 나와서 기다리는데, 직원이 자전거 타고 나와서는 ‘그거 돼’라고 비웃으면서 말하더니 가버렸다. 경찰이 있을 때만 친절했다”고 말했다.

결국 유튜버는 공항 지점으로 운전해가 고장 난 렌터카를 반납했다. 그곳에서 현장 결제했던 보험료는 일부 환불받았다. 온라인으로 중개업체를 통해 결제했던 렌터카 비용은 한국에 돌아온 뒤 수많은 이메일을 주고 받은 끝에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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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렌터카 차량털이 도난범죄를 당한 한국인 유튜버가 렌터카 업체를 찾아가 차량 교체를 요구하자 직원이 “준비된 차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이 부른 경찰이 자초지종을 묻자 없다던 렌터카가 나왔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렌터카 차량털이 도난범죄를 당한 한국인 유튜버가 렌터카 업체를 찾아가 차량 교체를 요구하자 직원이 “준비된 차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직원이 부른 경찰이 자초지종을 묻자 없다던 렌터카가 나왔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그렇게 마무리되나 했는데 환불 한 달 뒤 환불된 금액의 2배가 재결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문의를 했으나 고객센터에서는 답장도 없었다. 카드사에 연락했더니 해외 렌터카 업체를 빌릴 때 빈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고 유튜버는 전했다. 이 피해 금액은 해외 결제 분쟁소송 끝에 60일쯤 지난 후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유튜버는 렌터카 업체 공항 지점에 방문하기 위해 들렀던 공항에서 우연히 또 다른 한국인 피해자를 만나기도 했다. 한국인 가족을 본 유튜버가 ‘짐 조심하시라’고 말을 걸었더니 ‘이미 털리고 온 길이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렌터카 창문을 부수고 안에 있는 짐을 모두 가져간 같은 수법의 피해를 당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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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차량털이 도난범죄 신고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경찰서에 간 유튜버가 경찰서 앞에서 만난 일본인 가족이 “오토바이를 탄 범인이 가방을 훔쳐갔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렌터카 차량털이 도난범죄 신고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경찰서에 간 유튜버가 경찰서 앞에서 만난 일본인 가족이 “오토바이를 탄 범인이 가방을 훔쳐갔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물만난고기’ 캡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범인 찾는 절차가 관광객 대상 도둑질을 장려한다”, “렌터카에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이 있다. 업체랑 도둑들이 짜고 GPS 정보 공유하는 것 같다”, “유럽 여행하면 차량털이 도난사고 비일비재하다”, “이 영상 보고 스페인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유튜버가 최악의 상황에서도) 짜증이나 화도 안 내고 정말 침착하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 등 댓글을 남겼다.

한편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는 ‘렌터카 이용 시 절도 주의 안내’가 올라와 있다. 작성자인 주바르셀로나 총영사관은 “바르셀로나에서 렌터카를 이용한 여행 도중 소지품을 절도당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몇 가지 숙지 사항을 안내했다.

주바르셀로나 총영사관에 따르면 렌터카 주 고객층인 관광객이 범죄 표적으로 노출돼 공항 렌터카를 공항에서부터 미행해 범죄하는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대부분 차량이 블랙박스를 사용하지 않아 범행 증거 확보 및 범인 검거가 어렵다.

타이어 펑크 등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접근하는 낯선 사람들은 경계해야 한다. 가급적 낯선 이의 도움을 거절하는 등 접근 자체를 경계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차를 세우게 되는 경우 반드시 소지품을 안전하게 보관한 후 주유소·휴게소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정차해야 한다.

또 주차 시 절대 차량 내 물건이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트렁크에 옮겨놓거나 귀중품을 가급적 차량에 남겨두지 않고, 차량 문이 잠겨있고 창문이 닫혔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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