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트럼프 셔츠, 힐러리는 밀려나

불티나는 트럼프 셔츠, 힐러리는 밀려나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05-25 14:38
수정 2016-05-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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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 티셔츠로 커밍아웃

“트럼프 티셔츠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오늘부터 두 종류를 팔게 됐어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팬타곤시티 쇼핑몰 거리에 있는 잡화 상점에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이름과 얼굴이 각각 들어 있는 티셔츠 두 종류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기자는 매일 출근할 때 지나가는 이 거리 상점에서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름이 써진 티셔츠 한 종류만 봐왔는데, 트럼프 티셔츠들이 이날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상점 주인은 “트럼프 얼굴이 그려 있는 티셔츠가 더 인기가 많다”며 “오전에 벌써 10장 넘게 팔았다”고 귀뜸했다. 주인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쇼핑객들이 지나가면서 트럼프 티셔츠에 관심을 보였다. 자신을 60대라고 밝힌 한 남성은 “그동안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주류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트럼프만이 진정한 유권자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티셔츠 2장을 사서 아들과 나눠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중심가인 백악관 인근 맥퍼슨 지하철역에 있는 기념품 상점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동안 문 앞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의 전신 사진이 함께 서 있었으나, 클린턴 사진은 사라지고 클린턴과 트럼프의 이름이 써진 티셔츠가 걸려 있었다. 상점 안은 인파로 붐볐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럼프 티셔츠를 손에 들고 있었다. 메릴랜드주 출신이라는 40대 여성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침묵하는 다수’라고 불리는데, 이제는 티셔츠를 입고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됐다고 본다”며 “트럼프의 과감한 언행이 ‘정치적 정당성’만 주장하는 기성 정치인들보다 국익에 더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트럼프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과 메릴랜드는 전통적 민주당 텃밭이고, 버지니아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그동안 ‘침묵하는 다수’였으나, 트럼프의 본선 진출이 가시화하고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미 언론의 평가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유세에서 폭력적 모습을 보였던 과격 지지자들은 잠잠해지고, 뒤에서 트럼프를 조용히 지지해온 숨은 유권자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열린 워싱턴주 경선에서 트럼프는 76% 득표율로 대의원 27명을 얻었다. 지금까지 모두 1196명을 확보해 본선 진출을 위한 1237명에 근접했다. 새달 7일 5개 주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글·사진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팬타곤시티 쇼핑몰 내 상점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티셔츠 두 종류. 맨 오른쪽에 있는 트럼프 얼굴 티셔츠는 이날 오전에만 10장 넘게 팔리면서 딱 한 장 남아 있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팬타곤시티 쇼핑몰 내 상점 앞에서 만난 한 여성 쇼핑객이 자신을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라고 밝히며 이날부터 판매된 트럼프 얼굴 티셔츠를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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