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린 까닭은?

한은이 ‘물가상승’ 주범으로 몰린 까닭은?

입력 2011-09-14 00:00
수정 2011-09-14 09:5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국은행이 금에 웃고 금에 울었다.

한은이 금을 사들인 직후 금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환보유액을 불리는 데 톡톡한 공을 세웠지만, 금반지 등 제품가격이 함께 오르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 또한 됐기 때문이다.

◇한은 매입 직후 금값 ‘고공행진’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6~7월 중 원가 기준 12억4천만달러어치의 금 25t을 사들였다.

트로이온스(31.1g)당 평균 1천542달러에 매입한 셈이다.

그러나 금을 사들인 7월 중 금 가격이 1천600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매입시기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상투’에서 금을 샀다는 비판이 거셌다.

몇 주 뒤 상황이 바뀌었다.

유럽지역 국가들의 부채문제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돼 금 가격이 한때 1천900달러를 돌파할 만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근 들어 다소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트로이온스당 1천80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준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천854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한은은 약 20%의 이윤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금을 ‘뒷북 매입’했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늦게나마 금을 잘 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金 제품가격 상승으로 물가 ‘↑’

그러나 한은이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금값 상승은 금 관련 제품가격도 함께 오르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이 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중 금반지 가격은 전월 같은 달보다 29.1% 폭등했다. 이는 2009년 8월 34.8%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 중 금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31.7% 오르면서 2009년 8월 33.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 가격 상승이 8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8월 물가상승률을 4% 후반으로 봤으나 반 이상은 채소류, 또 반은 좀 안되지만 상당량은 금값 상승 때문에 전망이 어긋났다”고 설명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0.48%다.

더욱이 지난달 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이었던 채소가격이 9월 이후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 가격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승제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정불안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고 중앙은행들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을 매수하고 있어 금 가격이 4분기까지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온스당 1천700~2천달러 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