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총재 새달 취임 2년… 엇갈리는 평가

김중수 한은 총재 새달 취임 2년… 엇갈리는 평가

입력 2012-03-29 00:00
수정 2012-03-29 00: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순혈주의 깬 개혁가 vs 매의 탈을 쓴 비둘기

김중수(65) 한국은행 총재가 내달 1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임기가 4년이니 반환점을 도는 셈이다. 한은은 28일 ‘김중수 총재의 2년: 비전과 성과’라는 제목의 19쪽짜리 두툼한 자료까지 내며 총재의 ‘치적’을 홍보했다. 가장 큰 성과는 한은의 역할 등을 강화한 한은법 개정안을 관철시킨 일이다.

●“한은, 절간 아니다”… 조직문화 쇄신

김 총재는 그동안 “한은은 절간이 아니다.”라며 조직문화 쇄신도 시도했다. “선진국일수록 고위층이 바쁜데 한은은 거꾸로”라며 “보고서 한 장 쓰지 않는” 임직원을 몰아붙였다. 외부 출신 부총재보를 발탁해 한은의 순혈주의에도 손을 댔다. 최범수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한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면서 김 총재의 채찍질을 옹호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김 총재는 ‘가장 존재감 없는 한은 총재’라는 평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김 총재의 워딩(말)은 파인 튜닝(정제)돼 있지 않아 시장에서 예측도 잘 안 되고 예측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설명회 때, 예전에는 시장 참가자들이 점심도 거른 채 총재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점심약속을 한다는 전언이다.

‘금리인상 실기론’도 따라다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 들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진 것은 작년에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못 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 붙여준 김 총재의 별명은 ‘매의 탈을 쓴 비둘기’다. 겉으로는 금리 정상화(인상)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정부와의 ‘코드’에 더 신경 쓴다는 이유에서다.

김 총재는 17개월 동안 연 2.0%에 묶여 있던 기준금리를 3.25%로 다섯 번이나 끌어올리고, 금통위 의결의 만장일치 여부를 처음 공개한 것도 자신이라며 이 같은 비판에 억울해한다. 역대 어느 총재보다 유창한 영어로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해 한은의 위상도 끌어올렸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한은 노조가 올 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낙제점이었다. 김 총재 취임 이후 중앙은행 위상 변화와 업무수행 능력을 묻는 질문에 9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한은 노조 설문 90% “부정적”

김 총재는 이메일 등을 이용해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직보’가 생겨났다. 직원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도 ‘혹시’ 하며 입을 닫는 불신 풍조는 김중수식 조직 관리가 낳은 가장 큰 부작용이다. ‘유창한 영어’와 ‘박사학위’ 앞에서 작아지는 직원들의 자괴감도 만만찮다. 파격 인사와 관련해서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를 대거 들어냄으로써 한은의 고질적인 인사 적체에 숨통을 틔웠다.”는 평도 있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근본적인 혼란을 가져와 조직을 망가뜨렸다.”는 평이 더 많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3-29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