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계속 오를 듯”
엔·달러 환율이 4년여 만에 100엔대를 돌파했다.9일 오후 2시 38분 뉴욕 외환시장 엔·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99.02엔에 비해 1.59엔 상승한 100.61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4월 14일 이후 약 4년 만이다. 오후 5시 20분 현재도 100.65엔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다.
그 동안 엔·달러 환율 100엔은 상승 한계선으로 여겨졌다. 투자자들의 심리적 장벽이었던 100엔선이 무너지면서 엔화 약세는 당분간 가속화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엔화가 추가 약세로 가는 단계에 진입했다”면서 “아직 엔화 매도에 나서지 않은 일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거래에 나서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은 것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의 영향이 컸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그 전주보다 4000건 줄어든 32만 3000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의 예측치 33만 5000건을 밑도는 수준이다.
한동안 달러당 90엔대에서 움직이던 엔·달러 환율은 같은 해 9월 리먼 사태를 계기로 80엔대로 추락했고, 동일본대지진 후인 2011년 10월 31일에는 사상 최저치인 75.32엔을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이 방향을 바꾼 시점은 지난해 말 민주당 정권의 국회 해산 선언일이다.
특히 일본은행이 지난달 4일 발표한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로 엔화 약세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환율은 달러당 93엔대에서 급상승했고 지난달 22일쯤에는 99엔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미국 경제 회복은 달러 가치가 상승해 연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04엔선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0엔대를 돌파한 엔화가 110엔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앨런 러스킨 도이치뱅크 외환 투자전략가는 “핵심 저지선이 무너지면 엔화 가치가 5% 가량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면서 “연말까지는 달러당 110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금융완화 조치가 유도한 엔저 흐름에 당장 제동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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