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자동이체 결제에도 순서가 있다

[경제 블로그] 자동이체 결제에도 순서가 있다

입력 2013-06-20 00:00
수정 2013-06-2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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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허오영(31)씨는 고향 부모님에게 매월 40만원씩 용돈을 보냅니다. 번거로움을 덜고자 몇 달 전 자동이체를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엔 계좌 이체가 안 됐습니다. 신용카드 대금이 예상보다 많이 나와 통장 잔액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다행스럽게 아파트 관리비며 카드비, 은행 대출이자는 문제없이 빠져나갔습니다. 허씨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자동이체가 몰려 있는 월급날, 돈 빼가는 순서가 어떻게 될까 하고 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장에 들어온 돈은 순서를 정해 질서정연하게 빠져나갑니다. 큰 틀에서 보면 통장 개설은행 또는 계열사 카드 결제대금→통장 개설은행 대출금→각종 관리비→통장 간 자동이체→다른 은행 또는 계열 카드사 결제대금 및 통신료(공동망 출금)→적금·펀드의 순입니다. 만일 월급날이 적금, 펀드, 예금 등의 만기일일 경우 이 순서와 상관없이 가장 먼저 처리됩니다.

여기에는 크게 2가지 원칙이 적용됩니다. 잔금이 부족할 때 고객의 ‘연체’를 피하는 것과 자기 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물론 은행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우리카드 대금→아파트 관리비→우리은행 대출금→자동이체→타행 카드대금 및 통신료 등(공동망 출금)→교육비 및 지방세 출금→적금·펀드’ 순입니다.

하나은행은 ‘통장 간 자동이체’를 최우선으로 처리합니다. 그 다음 카드대금과 대출금을 빼갑니다. 허씨가 하나은행과 거래했다면 카드 대금은 못 내도 부모님 용돈은 챙겨 드렸겠지요. 하나은행 관계자는 “다른 통장에도 통신비나 카드대금 등 연체하면 안 되는 항목이 자동이체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편의를 고려해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반면 신한은행은 ‘아파트 관리비’가 가장 먼저 빠져나갑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카드대금이 연체되는 것보다 전기료가 밀려 집에 불이 안 들어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면서 “고객의 생활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아파트 관리비를 1순위로 선정했다”고 말합니다. 가끔 은행에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동이체 우선순위를 바꾸려면 금융감독원의 결제가 필요하다”면서 “고객의 요구 사항을 일일이 들어주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6-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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