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제거·KT맨 컴백… 예상 넘은 파격인사

낙하산 제거·KT맨 컴백… 예상 넘은 파격인사

입력 2014-01-28 00:00
수정 2014-01-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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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회장 체제 공식 출범… 조직 슬림화 예고

KT의 ‘새 판’을 보여 주는 데는 채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황창규(61) KT 신임 회장은 27일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되자마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KT이노베이션센터를 찾았다. 이후 한 시간 반 뒤 KT 사내방송을 통해 새로운 조직도가 발표됐고, ‘황창규호(號)’에 승선할 핵심 인사들의 명단이 줄줄 흘러나왔다. ‘현장’과 ‘인사’가 KT표 황의 법칙임을 드러내는 시그널이었다. “이건희 회장에게 배운 것 중의 하나가 사람 쓰는 것”이라고 한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첫 인사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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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왼쪽) KT 신임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황창규(왼쪽) KT 신임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나 현 정권 출신을 철저히 배격했고, 종전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인사들을 제거했다. 대신 물먹었던 내부 통신전문가를 중용, 통신기업 1등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주요 보직인 커스터머부문장에는 KT 연구원 출신이자 1년 전 퇴임한 임헌문 충남대 교수를 컴백시켰다. 마케팅부문장 역시 KT 내부 출신인 남규택 부사장을, G&E부문장 자리에는 신규식 부사장을 승진시켰다. 또 네트워크부문(오성목 부사장), IT부문(김기철 부사장), 융합기술원장(이동면 전무), 경영지원부문장(한동훈 전무), CR부문장(전인성 부사장) 등 주요 부문장에 KT와 KTF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을 배치했다. 외부 인사보다는 KT 내부를 잘 아는 검증된 전문가들로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130명이나 되는 전체 임원도 27%나 줄였다. 방만한 조직을 통폐합하고 임원 수를 대폭 줄이겠다고 강조했던 대로다. KT는 황 회장의 인사 태풍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KT 관계자는 “이렇게 대대적인 인사가 난 적이 없어 모두 놀란 분위기”라며 “황 회장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가 큰 상황이어서 파격 인사에 이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 갈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와 함께 KT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조직으로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한 것이 눈에 띈다. 미래융합전략실은 KT의 미래 성장 엔진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 냄새가 나는 대목이다. “현장으로 조직과 인사, 재원이 모이는 현장 경영을 펼치겠다.” 황 회장이 취임사에서 내세운 향후 경영 방침이다. 황 회장은 특히 “각 부서장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하되, 행사한 권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혀 현장 중심 경영과 신상필벌 원칙을 확실하게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1등 신화를 창조한 인물로, ‘1년마다 메모리 반도체 용량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업계 안팎에선 황 회장이 대대적인 인사에 이어 삼성전자의 ‘혁신 DNA’를 KT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실한 ‘통신 공룡’을 떠안은 황 회장 앞에는 난제가 수두룩하다. KT의 핵심 사업인 이동통신 시장에선 SK텔레콤이 50%의 점유율로 저만치 앞서 있으며, 3위 LG유플러스는 20%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KT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28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KT가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1-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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