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 3세 경영권 승계 악용 소지

재벌 2, 3세 경영권 승계 악용 소지

입력 2014-03-21 00:00
수정 2014-03-2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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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그룹 ‘3자 신주인수 특례’ 신설

국내 30대 그룹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특별 예외규정을 신설한다. 법적으로 위반되는 행위는 아니지만 경영권 편법 상속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30대 재벌 상장계열사 190개사 가운데 35개사(18.4%)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6 제1항을 정관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룹별로는 30개 그룹 가운데 16개사(53.3%)가 여기에 해당했다.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신설된 이 조항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기존 주주를 포함한 특정인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해 주식을 인수시킬 수 있도록 했다. 상법상 허용되지 않았던 주주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예외를 규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 조항을 정관에 반영할 경우 재벌 2, 3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후계자에게 유상증자 후 주식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도록 할 수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그룹 지배권을 넘겨줬던 삼성과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행법은 최대주주 등의 보유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기본 10~50%의 세금에 경영권 프리미엄의 대가로 10~30%의 할증을 붙이고 있다. 이 경우 상속받은 지분의 65%까지도 세금으로 내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피하고자 주주에 대한 신주배정 특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예외조항 신설에 앞장선 재벌들을 보면 상당수가 경영권 승계 방안을 고민해 온 그룹들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한진(한진해운), 한화(한화, 한화케미칼), 신세계(신세계푸드), OCI(유니드, 유니온, 이테크건설, 넥솔론, 삼광글라스, OCI, OCI머티리얼즈), 코오롱(코오롱글로벌), 미래에셋(와이디온라인, 미래에셋증권), KCC(KCC, KCC건설), 대성(서울도시가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이 조항을 악용하지 않도록 긍정적인 부분은 살리고 사후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 조항이 특정인에게 경영권을 편법으로 주는 꼼수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 등의 장점도 있기 때문에 법 개정 등을 논하기보다는 이를 악용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사후적인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만약 경영권 승계 등으로 악용할 경우 증여세법 등에 따라 합당한 과세를 하거나 주주들이 피해를 보면 손해배상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수단 등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4-03-2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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