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 직전의 대조정 때와 너무도 흡사””언제 폭풍 올지 아무도 경고 안해”…스페인 국채 수익률, 美 첫 하회
세계 금융시장 안정세가 원자재 쪽으로도 전이되면서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는 것을 두고 ‘폭풍 전 고요’가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 보도했다.FT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및 일본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초 완화 기조 유지가 최대 원인이라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또 금융 위기를 계기로 규제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지금 상황이 2007년 금융 위기 직전의 이른바 ‘대조정(Great Moderation)’ 때와 너무 흡사하다는 경고도 나온다고 FT는 강조했다.
이 와중에 유로 재정 취약국인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같은 만기의 미 국채 수익률을 밑도는 ‘기현상’까지 초래됐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시세가 그만큼 뛰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의 주요 불안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월가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 6일 7년 사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세계 통화 ‘불안정 지수’도 2001년 집계가 시작되고 나서 최저를 기록했다고 FT는 전했다.
석유시장 변동성 지수 역시 최소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선진국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씨티 그룹의 ‘경제 깜짝 지수’도 최근 기록적으로 하락했다고 FT는 덧붙였다.
미국 사모펀드 블랙록의 글로벌 투자 전략 책임자 러스 코에스테리치는 “시장이 매우 안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어떤 지표도 폭풍이 언제 몰아칠 것인지를 경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FT는 별도 분석에서 지금의 상황을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명곡 ‘사운드 오브 사이런스’로 표현했다.
주식과 채권 및 통화시장이 ‘트리플’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동시에 석유시장까지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신문은 강조했다.
블랙록의 코에스테리치는 “연준의 테이퍼링(자삼 매입 감축)이 진행되는 상황임에도 시장이 (이례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컨버즈엑스의 니컬러스 콜라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 안도감이 예상보다 훨씬 길다”면서 “금융시장은 물론 원자재까지 그런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한 후 석유시장이 이처럼 오랫동안 안정세를 유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것이 폭풍 전야를 의미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세계 곳곳에 17개 증시를 운용하는 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의 제프 스프레처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대기업) 엔론이 도산한 1년 후를 다시 보는 것 같다”면서 “금융시장 어디에서도 이런 안정이 이처럼 오래간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 상황이 길어질수록 더 으스스하다”고 경고했다.
마켓워치와 블룸버그에 의하면 10년 만기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9일 4.9베이시스포인트(1bp=0.01%) 하락해 2.595%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만기의 미 국채가 이날 기록한 2.601%를 밑돈 것이다.
마켓워치는 ECB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예치 금리를 채택하는 일련의 부양 조치를 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