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가 열린 경기도 의왕 한국농어촌공사 대강당 앞에서 ’식량주권과 먹거리 안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협상도 하지 않고 쌀 전면 개방을 선언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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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WTO 쌀 관세화 유예종료 관련 공청회’에서는 쌀 개방을 놓고 정부·농민단체·전문가들간 찬반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쌀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최대한 관세율을 높게 책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적극 반대했다.
◇ 정부 “관세화 불가피…대책 마련” = 정부는 올해 말로 종료될 쌀 관세화 유예를 더 이상 미룰 경우 국내 쌀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쌀 시장 개방을 시사했다.
김경규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추가로 늘리면 쌀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2004년에 관세화했다면 최소시장접근 물량을 소비량의 4% 수준에서 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 9%를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 쌀 가공품과 수출 촉진 등을 통한 수급균형 유지 ▲ 쌀 수입보험제 실시 등 농가 소득안정장치 보완 ▲ 쌀 부정유통 방지 등 정부 대책안을 기초로 이해관계자·국회·관계부처와 추가 논의해서 세부내용을 확정짓겠다고 말했다.
박건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심의관도 FTA(자유무역협정)와 DDA(도하개발어젠다) 타결시 쌀 관세율이 낮아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전농 ‘적극 반대’ = 반면 전농은 쌀 시장 개방을 적극 반대했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관세화뿐만 아니라 현상유지, 관세화 유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 적극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쌀 관세화로 고율의 관세를 설정한다고 해도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FTA 등 다른 협상에서 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쌀은 식량주권 문제인 만큼 정부가 이번달 말까지 입장을 정하지 말고 국회·정부·농민이 함께 협의하는 범국민 협상단을 구성한 후 WTO(세계무역기구) 통보 전 국회가 비준동의안 처리에 준해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농민단체도 있다.
손재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사무총장은 관세율을 300∼500%로 개방하거나 유예하는 길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무수입물량을 2배 이상으로 늘리면서까지 유예하는 것은 국내농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관세화에 대비해 ▲ 농업정책자금 금리 인하 ▲ 국산·수입산 쌀 혼합판매 금지 ▲ 동계논 이모작 직불제 단가 인상 ▲ 쌀 산업 인프라 지원 확대 등 쌀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촉구했다.
또 FTA와 TPP 협상시 양허(관세철폐)대상에서 쌀을 제외하고, 기존 의무수입물량을 대북지원과 해외원조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방안도 요구했다.
◇ 전문가들도 찬반 ‘팽팽’ =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이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본, 대만 등의 사례를 보면 쌀 시장을 관세화하는 것이 관세화 유예 후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경우보다 추가수입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의무수입량을 늘릴 경우에는 다시 수입량을 줄일 대책이 없는 반면 관세화할 경우에는 수요 촉진, 생산·유통비용 절약, 기타 WTO 규정활용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5년 쌀 관세화를 미루면서 관세할당 물량이 늘어나 막대한 쌀 수입·보관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쌀 농업을 위해서는 현상유지가 최선인데도 정부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관세화할 경우 400% 정도의 관세율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협상 과정에서 200%대로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마지막 선택항이라 할 수 있는 쌀 관세화로 먼저 결정하는 것은 자승자박과 같은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장 부소장은 국익을 둘러싼 통상협상에서는 제소와 분쟁이 빈번한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주장도 설득력이 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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