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자연스럽게 진행’일본 팔자’까지는 가지 않을 것”
‘미스터 엔’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지금의 엔 약세가 ‘날개 없는 추락’은 아니라고 말했다.사카키바라는 1990년대 미국 및 유럽과 공조해 당시 급등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주도, ‘미스터 엔’이란 닉네임을 얻었다.
도쿄 소재 아오야마 가쿠인대 교수로 재직 중인 사카키바라는 26일 게재된 블룸버그 회견에서 “엔저가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7년 6월 기록된 달러당 124.14 수준까지 주저앉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주 약 119대까지 치솟았다가 26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에서 117.80에 거래됐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일본과 교역하는 주요 16개국 통화 바스켓 기준으로 지난 2년 사이 최소 16% 하락했다고 블룸버그가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은 미국, 독일 및 스위스 중앙은행들이 일본은행과 이례적으로 동시 개입했음에도 1995년 8월 당시의 기록인 147.66까지 치솟았다.
공조가 이뤄지기 전인 그해 6월의 엔화 가치는 기록적으로 높은 79.75였다.
올해 73세인 사카키바라는 회견에서 “엔저가 계속돼 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를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지난 4월의 소비세 (1차) 인상 충격이 (예상보다) 다소 길어졌지만, 일본 경제가 그렇게까지 약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엔저가 ‘일본 팔자’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라면서, 따라서 일본은행도 계속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은 2011년 기록적 규모로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선 후 지금껏 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음을 사카키바라는 상기시켰다.
바클레이스는 엔저가 ‘끝물에 접근했다’면서, 내년 1분기에 달러당 120까지 가치가 떨어졌다가 연말에는 117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가 6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중간치 기준)도 내년 3월까지 116, 연말은 120으로 각각 관측했다.
사카키바라는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15를 넘어가면 엔저의 득보다는 실이 더 많아진다”면서 “수입 물가 상승으로 말미암은 가계의 인플레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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