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연결 지연에 “주 1회 사과편지 써라” 식칼 들고 나타나 “반토막 펀드 물어내라”

전화 연결 지연에 “주 1회 사과편지 써라” 식칼 들고 나타나 “반토막 펀드 물어내라”

입력 2015-01-12 23:50
수정 2015-01-1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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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고객 ‘甲질’ 사례들

보험사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8월 대출 담당자와의 통화를 원하는 고객 전화를 받았다. 연결에 시간이 걸리자 이 고객은 상급 기관에 민원을 내겠다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A씨가 수차례 사과했지만 고객은 자신의 화가 풀릴 때까지 주 1회 사과 편지를 보내라고 요구했다. 이후 A씨는 심리 치료를 받으면서도 행여 ‘윗선’에 민원이 들어갈까봐 해당 고객에게 지금도 매주 편지를 보내고 있다.

B은행의 지점장은 김순자(가명) 고객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억원가량의 금융자산을 예치한 ‘큰손’ 고객인데 여간 까다롭지 않아서다. 영업점을 방문하는 날엔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 방문 사실을 미리 예고한다. 그때부터 지점은 초비상이다. 청소 상태부터 팻말 위치, 행원 복장까지 사소한 것 하나라도 김씨의 눈에 거슬리면 바로 민원을 넣는다. 김씨를 위한 별도 기념품 마련은 ‘기본’이다. 영업점 문을 들어서는 김씨의 손엔 이미 다른 은행 로고가 박힌 쇼핑백 4~5개가 주렁주렁 들려 있다. 행원들은 이를 ‘불만 쇼핑’이라고 부른다. 골치 아픈 고객은 영업점들이 적당히 선물을 챙겨 주며 돌려보내기 때문이다.

C은행 박 과장도 지난해 가을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고객이 찾아와 지방 분양단지 청약신청을 했다. 당첨이 되면 문자메시지(SMS)를 보내 주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이 고객은 문자 수신을 거부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 박 과장을 다시 찾아온 이 고객은 “당첨이 됐는데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해 계약을 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고객이 막무가내로 민원 신청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지점은 결국 수백만원의 위로금을 건네야 했다.

목숨까지 위협당하는 사례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에 위치한 D은행의 한 영업점에는 매일 한 고객이 신문으로 돌돌 만 식칼을 들고 찾아왔다. “행원 말을 듣고 가입한 펀드가 반 토막 났으니 물어내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 고객에게 펀드를 판 직원이 개인 돈으로 손실금을 물어주고 ‘정신적 충격’에 퇴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갑이 을이 되고 을이 갑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불만 돌리기’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1-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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