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에 바닥이 없다”…국채 마이너스 금리 속출

“금리하락에 바닥이 없다”…국채 마이너스 금리 속출

입력 2015-02-09 07:36
수정 2015-02-0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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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 선진국 중 10개국서 마이너스 금리

주요 중앙은행들의 완화 정책으로 ‘제로 금리’에 머물던 선진국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선진국 국채 10% 이상이 투자자들이 만기 시 이자를 챙기지 못하고 오히려 매입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원금을 상환받게 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례적인 ‘ZYNY’(zero-yield to negative-yield, 제로 금리·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정상화 시 위험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 “마이너스 국채 발행잔액 4조∼7조3천억 달러”

집계 기간과 대상별로 규모가 약간씩 다르지만 만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선진국 국채 발행잔액은 적게는 3조원 중반에서 많게는 7조원대까지로 추산된다.

9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24개 선진국의 국채 발행잔액 33조 달러 가운데 4조 달러(12%)가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24개국 가운데 10개국에서 마이너스 금리 현상이 나타났다. 국채 금리가 0%대이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냈다가 회복한 5개국을 더하면 절반을 훌쩍 넘는다.

JP모건은 지난달 하순 기준으로 자사 세계채권지수(GBI)의 16%에 해당하는 3조6천억 달러 규모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이런 국채 규모를 7조3천억 달러로 추산했다.

마이너스 금리 국가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대부분 유럽 국가지만, 일본도 단기물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보이고 있다.

독일 2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며 지난 5일 -0.200%까지 떨어졌다.

단기물 국채가 먼저 마이너스 수익률로 떨어진 데 이어 스위스 국채 금리는 10년물까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가 이자를 받기는커녕 채권 발행자에게 수수료를 얹어줘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JP모건이 만들어낸 신조어 ‘ZYNY’가 시장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 경기 불안이 원인’안전성에 대한 수수료’

제로 금리는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친 데 따른 결과물이다.

그러나 선진국 국채의 몸값이 치솟아 ‘ZYNY’까지 된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경기 불안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목하고 있다.

경기 하강에 대한 공포로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금을 지킬 수 있다는 ‘안전성에 대한 수수료’를 선진국 정부에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손실이 보장된 선진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로 ▲ 선택의 여지가 없고 ▲ 그래도 차익 실현의 기회가 있으며 ▲ 대체 자산의 매력이 없다는 세 가지를 꼽았다.

기관 투자자들은 아무리 비싸도 일정 부분을 선진국 국채에 투자해야 하는 규정에 묶여 있다.

또한 채권시장 강세 지속으로 매입 당시보다 더 낮은 금리(더 높은 가격)에 채권을 되팔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오랜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부실해져 회사채나 주식 등 국채를 대신할 자산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FT는 “꽤 많은 이들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고 있어 국채 마이너스 금리는 계속 다른 곳의 금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투자양상 바뀔 것…시장 경계심도 커져”

선진국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를 이어가고 있고 당분간 세계 경제가 눈에 띄게 개선될 리도 없는 만큼 회사채나 신흥국 국채 등 안전성이 더 낮은 채권으로도 금리 하락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 일정 수익을 유지하려면 투자 양상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마이너스 금리는 운용사가 고수익을 위해 투자전략을 바꾸게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안데르센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유동성은 낮더라도 수익을 주는 자산으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례적인 ‘ZYNY’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다가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 환경이 발행국 통화 약세, 수출 진작과 내수 물가상승 자극, 경제 회복으로 선순환 한다면 괜찮지만, 디플레이션이 가시화한다면 마이너스 금리 국채 거래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CIBC 월드 마케츠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 보유는 끊임없이 빚만 커지는 ‘폰지게임’과 비슷해 어느 순간 큰 손실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그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국부펀드, 보험사, 연기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채권시장 정상화 시 더 큰 되돌림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투자자 인식과 자금 흐름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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