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기업실적 악화에 대규모 세수펑크…올해도 ‘빨간불’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은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주요 세목이 예산 대비 1조원 이상 부족한 가운데 기업들의 영업이익 악화로 법인세의 세수 결손만 3조3천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기업들이 납부한 법인세수가 1년 전보다 2.7% 감소한 반면, 봉급 생활자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세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경기 부진과 기업 실적 악화가 이어져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세수 결손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작년 세금 10조9천억원 덜 걷어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05조5천억원으로 예산(216조5천억원)에 10조9천억원 부족했다.
전년도 국세수입 실적(201조9천억원)보다는 3조6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세수 대비 결손액 규모는 역대 최대다. 1998년, 2013년 세수 결손 규모는 각각 8조6천억원, 8조5천억원이었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생한 것은 내수경기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기업 실적 악화가 겹쳤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의 영업실적 하락에 따른 법인세 부진, 내수침체와 원·달러 환율 하락 등에 따른 부가가치세와 관세 부진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들어오는 세금이 예상에 못 미치면서 정부가 쓰지 못한 돈도 상당했다.
지난해 총 불용규모는 17조5천억원에 달했다. 전년(18조1천억원)보다는 6천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이중 일반회계 불용규모는 전년 10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10조9천억원으로 3천억원 증가했지만, 특별회계는 7조6천억원에서 6조6천억원으로 1조원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경기회복 모멘텀 유지를 위해 사업비 불용을 최소화했다”며 “그 결과 지난해 총지출 기준 불용은 11조3천억원으로 전년의 13조5천억원보다 2조2천억원 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총지출 기준 불용은 정부 내부거래 등을 제외한 ‘실질적 사업비’ 지출 불용을 뜻한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7천6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잉여금은 정부 예산 대비 세입 초과액과 불용액을 합친 것으로, ‘제로’가 가장 가장 바람직하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964억원 흑자를 냈지만 특별회계 세계잉여금은 8천582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적정 세입 편성 노력을 강화해서 세계잉여금을 균형 수준(0)으로 맞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법인세 3조3천억원↓…근소세·양도소득세 더 걷혀
지난해 세목별 세수결손을 살펴보면 법인세의 감소폭이 두드러진다.
정부의 지난해 예산상 법인세는 46조원이었지만 실제로 거둬들인 법인세는 42조7천억원에 그쳐 3조3천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
법인세수는 전년(43조9천억원)에 비해서는 1조2천억원(2.7%) 줄었다.
이런 법인세수 감소는 경기 부진과 경영실적 악화 등으로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4년의 법인세율은 기업 규모에 따라 10∼22%로 2013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며 “세율이 똑같은데도 법인세가 줄어든 것은 기업의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의 기반이 되는 전년(2013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실적은 세전이익 기준으로 51조4천억원을 기록, 2012년(57조2천억원)보다 10.2% 줄었다.
전체 법인소득은 신고 기준으로 2013년 229조9천억원에서 지난해 219조2천억원으로 4.6% 감소했다.
올해에는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감면 축소 효과가 나타나고 경기회복 흐름이 확대돼 법인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법인세 다음으로 큰 세수결손을 기록한 세목은 관세다.
지난해 관세는 8조7천억원으로 예산(10조6천억원) 대비 1조9천억원 부족하다. 이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내수 경기 위축에 따른 수입 부진 등에 따른 결과다.
반면,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25조4천억원으로 예산(24조9천억원)보다 5천억원 증가했다. 전년(22조원)보다는 15.5%인 3조4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취업자 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2011∼2013년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는 41만2천명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53만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 늘어난 3조4천억원 가운데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증가분은 약 1조원이다. 2013년 세법 개정에서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고 최고세율(38%)의 과표구간이 조정됐다.
근로소득자의 임금이 상승한 것도 근로소득세가 늘어난 원인 중 하나다.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13년 309만5천원에서 지난해 319만5천원으로 2.3% 올라갔다.
지난해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7·24, 9·1 정책 등 부동산 대책에 따라 거래가 늘고 매매가가 상승하면서 양도소득세는 8조1천억원으로 예산(7조원)보다 1조1천억원 늘었다.
지난해 부가가치세 세수는 57조1천억원으로 예산(58조5천억원)보다 1조4천억원 부족했다.
이는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1.7%, 1.3%로 예산 편성 기준보다 각각 1.9%포인트, 1.5%포인트 떨어졌기 때문이다.
◇ 올해 세수목표 달성 불투명…4년 연속 세수결손 가능성
올해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의 올해 예산상 세수 전망치는 221조1천억원으로 예산상의 지난해 세수 216조5천억원보다 2.1% 많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3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올해 국세수입을 218조2천억원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올해 세수결손이 약 3조원(221조1천억원-218조2천억원) 정도 발생한다.
심혜정 예산정책처 세수추계과장은 “결국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당초 우리의 전망치인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미국의 금리인상, 유로존 침체 등 대외 여건이 안 좋고 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올해 실질성장률이 3%에 못 미칠 수도 있다”며 “올해 세수가 정부 계산보다 2조원 이상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하면 2012년(2조천억원), 2013년(8조5천억원), 지난해(10조9천억원)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4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세수 결손은 재정지출 축소에 따른 재정불용액 확대를 초래, 재정의 경기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다시 세수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