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硏 보고서 “아베노믹스 성과는 규제개혁 법제화” 한국 경제활성화 법안들 국회서 ‘발목’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을 겪지 않으려면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기업 투자의욕을 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나왔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일 일본 아베노믹스의 성과와 한계점, 배울 점을 분석한 ‘일본 성장전략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연구원은 이날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베노믹스가 저성장을 탈피하기 위한 구조개혁 방안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정작 ‘잃어버린 20년’을 유발한 핵심 요인에 대한 해결책은 부족하다는 게 연구원의 평가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노동시장 양극화, 기업의 투자의욕 감소가 일본의 잠재성장률을 1990년대 연평균 1.5%에서 2000년대 0.8%로 떨어뜨려 장기 저성장을 부른 것으로 분석됐다.
아베노믹스에 외국인 노동력 유입 확대, 법인세 인하 방안이 담겼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데다 노동시장 양극화나 기업 투자의욕 저하도 일본을 능가하거나 유사한 수준”이라며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노동력 부족, 기업의 내부유보 문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과로는 각종 정책이 구상 단계를 벗어나 법제화와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이 꼽혔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 의료법안 등이 길게는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본은 2013년 말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해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독려하고 있다.
국가전략특구법으로 노동조합, 농협, 일본의사회 등 이익단체의 저항이 강한 분야 규제개혁을 특정 지역에서 우선 진행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일본 재계의 반발이 컸던 회사법 개정안이 4년 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일본 상장기업들은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06년 고이즈미 내각 때부터 이름만 바꿔가며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성장 전략을 내놨지만 내각이 1년 미만으로 단명한 탓에 법제화에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국회에서 안정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규제완화 정책의 법제화가 비교적 순조로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의 규제 개혁 전략에 따른 신사업 창출도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기업의 농업 진출을 유도해 금융그룹인 오릭스 계열사와 유통업체 로손이 농업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의약품의 인터넷 판매 등 추진이 쉽지 않은 과제가 허용되기도 했다.
연구원은 “한국의 성장을 위한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 역시 규제개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해 상충이 없는 관광 등의 분야에서는 규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 상충이 두드러진 분야에서는 일본처럼 특정지역이나 기업에 한정한 규제개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규제 개혁이 기업투자와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