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만 조심하면 ‘애들 메르스 감염’ 우려 적다”

“병원만 조심하면 ‘애들 메르스 감염’ 우려 적다”

입력 2015-06-03 09:33
수정 2015-06-03 09:3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前질병관리본부장들 “병원 內 감염이 핵심…학교 집단 발병 가능성 낮아””환자·가족이 병실서 함께 지내는 병간호 관행과 잦은 병문안 문화 고쳐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빠르게 퍼지면서 아이들을 둔 학부모 가슴에 불안의 ‘빨간 불’이 켜졌다. 일부 유치원과 초·중·고교가 휴교한다는 소식이 나오고 엄마들 스마트폰에는 ‘메르스 예방’ ‘감염 피하는 법’ 등 메시지가 바쁘게 오간다.

이런 자녀 걱정은 얼마나 합리적일까?

이종구 서울대 의대 글로벌의학센터장과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국제보건) 등 전직 질병관리본부장 2명은 “메르스가 발생한 병원을 가는 상황만 잘 조심하면 영유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발병 가능성은 아직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메르스 사태의 본질이 ‘병원 내 감염’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의 환자·환자 가족·의료진이 메르스 감염자와 가깝게 접촉하면서 병원 울타리 내에서 병이 돌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발병 병원과 인적 교류가 없었던 공공장소나 회사 등에서도 환자가 쏟아지는 사태(’지역사회 감염’)가 일어나기 전까지 유치원·학교·가정에 메르스 여파가 들이닥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언론이 부각한 메르스 3차 감염(바이러스가 사람을 따라 연쇄적으로 옮겨가는 현상)은 모두 병원 안에서만 일어나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메르스가 병원을 뛰어넘어 갑자기 이곳저곳을 덮치는 지역사회 감염이 정말 무서운 것인데 아직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현재는 병원에서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아이들에게 병을 옮길 위험성 정도만 있다”며 “발병 병원을 거친 사람만 주변에 없으면 평상시처럼 지내도 무방하다”고 당부했다.

단, 보건당국이 발병 초기 병원에서 감염위험 노출자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은 큰 문제였다고 두 사람은 강조했다.

처음 환자들을 잘 격리해 감염자를 최소화한 미국 등 선진국과 정반대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이젠 감염 위험이 있어 격리된 사람들의 동선을 조사해 이들과 긴밀하게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요. 격리 대상자가 앞으로 계속 많아지겠지만 그만큼 더 촘촘한 감시가 가능해지는 만큼, 수가 늘어나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전 교수)

두 사람은 사태의 출발점이 병원이었던 만큼 해법에서도 병원이 빠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장 의료진의 안이한 감염 관리 의식을 개선하고 환자와 가족이 병실에서 함께 지내는 병간호 관행과 잦은 위문 등 전염 위험을 높이는 병원 문화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가 의심된다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계속 나올 텐데 앞으로는 의료기관들이 이들을 잘 관리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내원 환자들이 발병 병원을 거쳤는지를 의료진이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죠”(이 센터장)

두 사람은 모두 현직 의사 출신이다. 이 교수는 2007~2011년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재직하며 2009년 신종플루 대처 등 현안을 다뤘다. 전 교수는 그의 후임(2011~2013년)이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