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신한銀·신한카드 ‘수상한 프로모션’

[경제 블로그] 신한銀·신한카드 ‘수상한 프로모션’

이유미 기자
입력 2015-07-02 23:54
수정 2015-07-0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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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의 행보를 보면 ‘의좋은 형제’가 떠오릅니다. 형님(신한은행)이 힘들어하자 곳간을 활짝 열어젖히고 식량을 퍼주는 아우(신한카드)의 모습 같습니다. 그런데 금융권에선 ‘수상한 동행’이라며 수근댑니다. 어찌 된 사연일까요.

신한은행은 지난 6월 한 달간 ‘프로모션’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신한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신한카드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마다 카드에서 은행에 건당 9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해 왔죠. 그런데 지난달엔 기존 수수료(9만원)에 더해 본점에서 각 영업점에 카드 업무 대행비(9만원)를 추가로 지급한 겁니다. 은행이 설명하는 표면적인 취지는 이렇습니다. “신한카드가 시장점유율 1위이다 보니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렵고, 메르스와 저금리 여파로 각 영업점이 목표실적 달성에 어려움을 겪어 격려 차원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일면 이해도 갑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카드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체계를 바꿨습니다.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평균 2만원가량 올랐습니다. 모집인들이 속속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신한카드의 올해 5월 말 회원 수는 약 1315만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1390만명)보다 5%가량 줄었습니다. 경쟁사들이 부지런히 추격해 온 탓입니다. 모집인들도 시장점유율이 낮은 카드사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더 쉽고 돈벌이도 더 수월하다 보니 옮겨 갔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신한은행 영업점에 지급된 업무 대행비(9만원)는 신한카드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아닙니다. 신한은행에서 관리회계상 각 카드 1건을 유치할 때마다 18만원을 ‘장부상’ 영업점 이익으로 인정해 준 겁니다. 은행 전체 재무재표(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대신 단기간에 은행 실적을 끌어올리려고 할 때 이번 프로모션처럼 관리회계를 적극 활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공교롭게 지난 6월은 상반기 실적을 마무리하는 시점이었죠. 올 3월 중순 취임한 조용병 신한은행장에겐 2분기 실적이 사실상 첫 성적표입니다. 조 행장의 잘못은 아니지만 1분기에는 국민은행에 ‘리딩뱅크’ 타이틀을 뺏겨 신한은행의 자존심이 크게 구겨졌습니다. 이런 분위기 탓일까요. 지난달 신한은행의 ‘수상한 프로모션’을 지켜보며 “(실적에 대한) 신한은행의 조바심이 느껴진다”는 금융권 관전평이 예사로이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5-07-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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