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 수입’ 뭐길래…정부·농민단체 갈등 고조

‘밥쌀 수입’ 뭐길래…정부·농민단체 갈등 고조

입력 2015-07-26 11:27
수정 2015-07-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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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수입할 밥쌀용 쌀에 대한 구매입찰 공고를 내고 본격적으로 수입 절차에 들어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밥쌀 3만t을 포함, 수입할 저율관세할당(TRQ) 쌀 4만1천t에 대한 구매 입찰을 한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등은 “밥쌀을 수입할 명분이 없다”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수입쌀에 관세율 513%를 매겨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밥쌀용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하는 규정이 없어졌고, 수입쌀이 쌀값 하락을 주도한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 농민 “밥쌀 의무수입 규정 삭제” vs 정부 “높은 관세율 방어하려면 수입 불가피”

수입쌀은 막걸리 같은 가공식품에 쓰이는 가공용 쌀과 밥상에 오르는 밥쌀용 쌀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관세화 유예에 따른 쌀 의무수입물량을 전량 가공용으로만 수입했다.

그러나 여러 수출국이 이의를 제기해 2004년 쌀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면서 밥쌀용 30% 수입 의무를 양허표에 명문화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WTO에 올해 1월 1일부터 수입쌀에 관세율 513%를 매겨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내용의 양허표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양허표에서 밥쌀용 수입 비중(30%) 등 쌀개방 이전에 적용해온 저율관세물량의 용도 규정을 삭제했다. 쌀 관세화를 유예하면서 부담한 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더이상 밥쌀용 쌀을 수입할 명분이 없어졌는데도 정부가 밥쌀 수입을 강행한다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농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규정을 삭제한 것은 밥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국내 수요와 관계없이 무조건 30%를 수입하는 의무를 없앤다는 의미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또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5개국이 관세율 513%가 너무 높다고 이의를 제기해 협상 중인 가운데 513%를 방어하려면 밥쌀 수입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산과 외국산 차별을 금지하는 ‘내국민 대우 원칙’ 등 WTO 일반원칙과 국내 수요 등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의 밥쌀용 쌀 수입이 불가피하다”며 “가공용 쌀만 수입·유통하면 WTO 일반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밥쌀 수입은 곧 협상 카드를 포기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밥쌀 수입 중단은 WTO 회원국으로서 정당한 권리로, WTO 쌀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전술이라는 것이다.

◇ 농민 “쌀값 폭락 부채질” vs 정부 “수입쌀은 국내 쌀값과 무관”

농민단체들은 밥쌀용 쌀 수입이 쌀값 폭락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쌀생산자협회는 2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쌀 재고 부담이 큰 상황에서 밥쌀 수입은 쌀값 폭락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특히 수입물량이 들어오는 시기가 벼 수확기와 겹쳐 쌀값 폭락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쌀값이 지난 10년간 하락세를 보였는데, 이는 2005년 이후 쌀 의무수입물량의 30%를 밥쌀용으로 들여온 영향이라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이다.

정부는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 물량으로 해마다 쌀 40만8천700t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70%인 28만여t이 가공용, 30%인 13만여t이 밥쌀용이다.

미국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 밥쌀은 가격이 국내산의 절반 수준이어서 국내 쌀값 하락을 이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밥쌀 수입과 국내 쌀값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수입 밥쌀이 국내 전체 밥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거의 유통되지 않아 애초에 시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쌀값이 높으면 수입쌀이 많이 팔리고 국내 쌀값이 낮으면 수입쌀이 덜 팔리는 시스템은 맞지만, 수입쌀값이 국내쌀값을 떨어뜨리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수입 밥쌀 물량이 국내 밥쌀 소비량의 2∼3%에 불과해 한마디로 꼬리가 몸통을 흔들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수입 밥쌀 3만t 이르면 올해말 국내 반입

오는 31일에 하는 수입 밥쌀 3만t에 대한 구매 입찰에서 수입업체가 선정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해당 물량이 국내에 들어온다.

이번 입찰 물량을 포함해 올해 수입하는 밥쌀은 513% 관세율을 적용받지 않는다. 관세화 유예에 따라 매년 5% 관세율로 수입을 허용해야 하는 시장접근물량 40만8천700t중 일부다.

이 저율관세할당(TRQ) 쌀은 지금까지 6차례 입찰을 통해 가공용 27만4천525톤이 낙찰됐으며 그 중 10만9천479t이 국내에 도입됐다.

아직 올해 수입할 전체 밥쌀 물량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작년(12만3천t)보다는 적게 들여온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또 국내 벼 수확시기를 피해 여러 차례로 분산해 수입 밥쌀이 시장에 들어오도록 할 예정이다. 국내 쌀 시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다.

수입한 밥쌀용 쌀은 대형마트 등 일반 소매점에서 가정용으로는 거의 유통되지 않고 주로 음식점과 단체급식 등에 쓰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밥쌀용 쌀을 일부 수입하는 것은 513% 관세율 등 우리의 양허표 수정안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입 쌀 도입이 국내 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판매 시기와 물량을 적절하게 조절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농민단체의 갈등 심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밥쌀 수입 추진에 따라 전농 등 농민단체도 오는 31일 전국농민대회를 여는 등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밥쌀 수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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