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하에 산업계 예의주시…”영향 복합적”

중국 위안화 절하에 산업계 예의주시…”영향 복합적”

입력 2015-08-11 16:48
수정 2015-08-1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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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업체와 경쟁인 전자·건설·조선 등에 악재 가능성 자동차·석유화학 등은 경기부양 따른 판매 증가 기대전문가 “환리스크 관리 덕분에 당장은 영향 크지 않을듯”

한국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11일 기습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크게 절하하자 국내 산업계가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중 무역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 변동까지 맞물려 있어 업종별로 이번 위안화 평가절하를 놓고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원론적으로는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수출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 곳곳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부담인 상황이다. “안 그래도 중국 수출이 내리막길인데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업체는 이익을 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중국산 원자재나 제품도 상당량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별로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대하는 온도차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국과 중국의 무역은 상당히 복합적이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만 놓고 단순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예전에는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 원부자재의 중국 수출도 늘어난다는 공식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면서 이런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TV 등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은 중국 업체들과 경쟁 중인 전자업계로선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후발 주자인 중국이 저가 공세로 추격해오는 가운데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수출할 때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테니 이들과 경쟁하는 입장에서는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동안 환리스크를 관리해 왔기 때문에 위안화 평가절하가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결제 통화를 다변화했기 때문에 특정 환율의 움직임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다만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과 수주 경쟁을 벌이는 해외 토목·건축시장에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석유화학 등 플랜트 분야는 중국의 기술력이 부족해 아직 국내 업체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터키나 인도 등지의 토목·건축 분야에서는 중국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이 가뜩이나 싼 인건비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위안화 평가 절하로 우리 건설사들은 가격 싸움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건설협회 허경신 실장은 이와 관련 “중국의 가격 경쟁력 높아지긴 하겠지만 우리 건설사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수주에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업계도 중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져 한국이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선 위주여서 중국 업체들과는 부딪히지 않지만 중소 조선사는 중소형 탱커 등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이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최근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위안화 평가 절하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가 수출경기 활성화를 통해 내수 경기를 진작시키려는 것인 만큼 최근 성장률이 둔화한 중국 자동차 시장에도 훈풍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경기부진과 토종 자동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주요 합자 회사들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합자회사들은 가격을 내리고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토종업체 공세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 따라 중국 경기가 다시 활성화되면 지금보다는 차 판매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조치에 따른 경기 활성화까지 이어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당분간 치열한 경쟁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라 국내에서 완성차로 수출되는 물량에 대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완성차로 중국에 수출한 대수는 총 4만9천여대로 전체 중국 전체 판매 물량(181만대) 중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영향은 제한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도 좋은 일”이라면서 “다만 실제적으로 체감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이번 조치가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큰 파급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안화 약세는 내수시장 방어와 중국향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데 오늘처럼 달러화 대비 원화가 동반 약세일 경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위안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수출 부진을 겪는 중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것 같다”면서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의 대(對) 중국 중간재 수출도 증가하므로 호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를 비롯해 최근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등의 업종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중국이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점점 자국산으로 대체하고 있어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과거만큼 한국의 중간재 수출이 많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간재보다 소비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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