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고용·관광 ‘온기’
관제 행사라는 논란이 따라붙긴 했지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효과는 있었다. 행사 기간 동안 유통업체의 매출이 확연히 늘었다. 고용을 수반하는 서비스업 호조 등에 힘입어 취업자 수도 ‘일단’ 반등에 성공했다. 내수 온기를 수출로 연결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10월 1~11일) 기간 백화점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다. 작년에도 이 기간이 세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0%대 신장세가 의미 있어 보인다.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은 26.7%, 하이마트 등 가전유통업체는 18.7% 각각 증가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내수 회복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면서 “소비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전 수준을 웃돌고, 생산과 투자도 2분기 부진에서 회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도 메르스 사태 이후 3개월 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섰다. 7월 53.1%, 8월 27.3%, 9월 3.8% 각각 감소에서 이달(1~12일) 들어 전년 대비 6.5%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사스와 일본 대지진 등으로 이들 국가의 관광산업이 회복되기까지 6~12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빠른 회복세다.
9월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만 7000명 늘었다. 그동안 주춤했던 서비스업 취업자가 29만명 늘어난 덕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9만명가량 확대되면서 청년 실업률(7.9%)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9월 고용 지표에서 서비스 분야가 대폭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성장 동력은 결국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했다.
오름세로 돌아서는 듯하던 국제유가는 40달러 중반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내년까지 저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우리 경제의 부담 요인이 줄었다.
관건은 수출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저유가(에 따른 가격 경쟁력)만으로 수출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면서 “소득 정체, 노후 대비 부족, 주거 불안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본격적인 소비 회복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이번 고용 지표가 일시적인 ‘반짝 회복’인지 구조적으로 정착된 것인지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회사가 어려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으로 움츠러든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면 수출도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서울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5-10-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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