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 발주사 배신에 국내 조선업계 ‘휘청’

해양플랜트 발주사 배신에 국내 조선업계 ‘휘청’

입력 2015-10-30 07:43
수정 2015-10-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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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미이행·인도 거부로 최대 3조여원 손실 우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발주사가 계약을 미이행하거나 인도를 거부하는 바람에 최대 3조여원의 손실을 볼 상황에 처했다.

유가 하락과 조선 시황 급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닥친 발주사들이 교묘한 수법으로 국내 조선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인도 관련 계약 해지 또는 인수 거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한 잠정 손실은 현대중공업이 최대 7천여억원, 대우조선이 1조7천여억원, 삼성중공업이 3천700여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이 2천여억원 정도다.

이는 과거 조선 호황기에 드릴십이나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호황을 누리다 보니 정작 불황기에 닥치자 계약 해지 등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발주사가 중간에 계약을 취소해도 이를 제지할 마땅한 장치를 마련해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그동안 국내 대형 조선사가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고 주문이 쇄도해 발주사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하지 않는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다 보니 발주 계약 시에도 계약 취소와 관련한 제재가 사실상 없어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뒤늦게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으나 중재 과정만 1년 이상 걸리는데다 조선업체에 유리하다는 보장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는 지난 27일 반잠수식 시추선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현대중공업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 시추선은 현대중공업이 2012년 5월 프레드 올센 에너지로부터 6억2천만 달러(7천억원)에 수주했으며 올해 3월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레드 올센 측의 빈번한 설계변경 요청 등으로 인해 오는 12월로 인도 시점이 늦춰졌다. 현대중공업은 이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비용 1억6천7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프레드 올센 측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지난 22일 LMAA에 중재를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8월 미주 지역 선주와 맺은 7천34억원 규모의 드릴십 1척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 선주사가 중도금 지급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7월에는 노르웨이의 원유 시추업체 ‘송가 오프쇼어’가 시추선 건조 지연과 이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에 책임이 있다면서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2011년 송가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선 4척을 척당 6천억원에 수주했는데 공기가 지연되면서 1조원 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시추업체 퍼시픽 드릴링은 최근 삼성중공업이 건조를 마친 5억1천750만달러(5천920억원) 짜리 드릴십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삼성중공업이 인도 기한인 27일 드릴십 ‘퍼시픽 존다’를 퍼시픽 드릴링에 보내려고 했으나 갑자기 퍼시픽 드릴링 쪽에서 납기 기한을 어겼다며 인수를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달 노르웨이 유전 개발업체인 시드릴로부터 5억7천만달러 규모의 시추선 계약을 취소당했다.

지난해 말까지 시추선을 인도하기로 했지만 인도 시점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계약 조건에 따라 현대삼호중공업은 1억6천800만달러의 선수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계약이 취소 또는 해지된 조선사들은 이들 선박을 다른 곳에 팔겠다고 하지만 발주사들도 상황이 나빠 인도를 거부한 마당에 전세계 어디에도 현재로선 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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