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등 국내 백화점도 아웃렛 속속 확장
“우리는 고객이 매장에서 보물 찾기(Treasure Hunt)하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합니다”(미국의 할인 전문점 ‘로스’(Ross))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괜찮은 브랜드를 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할인점(off-price store, 오프-프라이스 스토어)이 미국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 할인점은 가격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아웃렛과 같은 개념이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였던 백화점은 최근 수년간 매출이 줄어 침체기를 맞았지만 할인점은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점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커스토머 그로스 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할인점 매출은 2009년 270억 달러에서 올해 420억 달러로 5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해 백화점 매출은 2009년보다 8% 감소한 59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의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이는 오프라인 영업 형태가 할인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할인점의 영업 전략은 바로 ‘보물 찾기’, 이른바 ‘득템’(필요한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매)이다.
이같은 전략을 전면에 내세워 미국 전역으로 확장 중인 할인점 로스의 뉴저지주 해밀턴타운십 매장을 지난 21일 찾았다.
단일 건물에 2천300여㎡ 규모로 자리 잡은 매장에는 주력상품인 의류를 비롯해 가정용품, 액세서리 등이 분야별로 진열돼 있었다. 행거에 의류가 걸려 있는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대형마트를 연상시켰다.
뉴저지 지역 점포 등 14개 매장을 관리하는 제이슨 어니(42) 로스 디스트릭트 매니저는 “로스의 가격 할인율은 20∼60%”라며 “창고가 없어 입고된 상품은 바로 진열되며, 팔리지 않는 재고는 팔릴 때까지 가격을 단계적으로 낮춘다”고 말했다.
로스의 상품은 1∼2년차 이상의 오래된 재고가 아니라 생산된 지 1년 미만의 제품이 대부분이고 제품 회전율도 빠른 편이다.
이 매장을 담당하는 케리 지오다노 스토어 매니저는 “오늘 본 제품은 오늘 사야지, 내일 오면 없을 수도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비교적 최신 상품인데도 할인 폭이 큰 것은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매장 진열을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매장 직원도 최소한의 인력만 두는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로스 본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로스에는 수천개의 제조회사와 벤더회사(중간 유통상)로부터 상품을 조달받는 수백명의 바이어가 있다”며 “벤더회사와의 탄탄한 관계는 로스가 최고로 싼 가격에 상품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오프라인 점포만 운영하는 로스는 현재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지역을 중심으로 1천250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앞으로 8∼10년 안에 2배인 2천500개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 규모로 미국 1위 백화점 그룹인 메이시스 백화점도 최근 할인점 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메이시스 백스테이지’(Macy’s Backstage)라는 이름의 할인 매장을 지난 9월 뉴욕 지역에 3곳 열었고, 연내에 3곳을 더 열 예정이다. 매장은 2천300∼3천200㎡ 규모로 대형 쇼핑몰 등에 숍인숍(shop-in-shop) 형태로 입점하고 있다.
뉴욕 퀸즈의 엘름허스트 지역에 있는 메이시스 백스테이지를 찾았다.
쇼핑몰 안에 위치한 매장은 백화점처럼 상품이 브랜드별로 구분돼 있지 않고 신발, 가방, 의류, 화장품, 침구 같은 품목별로 구분돼 있었다. 가격은 백화점 판매가에서 20∼80% 할인한 수준이다.
종업원들은 ‘스테이지 크루’(STAGE CREW·스테이지 직원)라고 적힌 빨간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며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마이클코어스, 캘빈클라인, 리복, 휠라 같은 익숙한 브랜드도 눈에 띄었다.
기자가 집어든 캘빈클라인 모직 회색 코트는 태그에 원래 가격(500달러)과 함께 현재 판매가격(149.99달러)이 적혀 있었다.
이곳에서 신발 쇼핑 중이던 퀸즈 지역 주민 호수에 오르가닐로(20) 씨는 자신이 고른 신발을 들어보이며 “이 신발은 원래 65달러인데 지금은 34달러”라며 “처음 방문했는데 브랜드가 다양하고 가격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시스 백화점 외에도 이미 많은 백화점이 할인점을 운영 중이다.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의 ‘블루밍데일즈 아울렛’(Bloomingdale’s Outlet)과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 삭스 백화점의 ‘삭스 오프 피프스’(Saks OFF 5TH), 니먼 마커스의 ‘라스트 콜’(Lastcall)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중 하나인 로드 앤 테일러 백화점도 최근 할인점 인 ‘파인드 앳 로드 앤 테일러’(Find @ lord & taylor) 매장을 내년까지 최대 6곳을 열겠다고 밝혔다.
국내 유통업계도 백화점의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아웃렛을 확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교외형 6곳, 도심형 10곳 등 16곳의 아웃렛을 운영 중이다.
지난 5월에는 인천 항동에 ‘더 싼’ 아웃렛을 표방한 ‘팩토리아울렛’ 1호점을 열었다. 팩토리(공장)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팩토리아울렛은 디스플레이 단순화 등 비용을 절감해 할인율이 기존 아웃렛보다 10∼20% 높은 40∼70%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중 수도권에 팩토리아울렛을 2곳 더 개장할 예정이다. 일부 유명 해외 브랜드를 직소싱하는 방식 등을 통해 저명 브랜드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은 현재 여주, 파주, 부산 등 3곳에 매장을 두고 있고, 2017년 초에는 시흥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김포, 가산 등 2곳에 아웃렛을 운영 중이고 향후 동대문(내년 초), 송도(내년 4월), 가든파이브(미정)에 추가로 아웃렛을 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이원준 사장은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맞춰 몰링(malling·쇼핑과 문화를 함께 즐긴다는 의미의 신조어)형 백화점 변신, 팩토리아울렛 출점, 옴니채널 서비스 강화 등 오프라인 유통망의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백화점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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