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위해 중도금 대출 리스크 관리 나서…PF로 확대시중은행 중도금 대출 거부 증가…금리도 2.5%→3.5%까지 올라
금융당국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아파트 집단대출(중도금대출) 건전성 관리에 착수했다.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중도금 대출 제공을 꺼리면서 일부 건설사들은 분양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대출 은행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가 하면, 일부 은행들은 중도금 대출을 약속해놓고 뒤늦게 거부해 청약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1일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단달 하순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들에 아파트 중도금 등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데 이어,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보기 위해 집단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적격성 검사에 들어갔다.
아파트 분양물량 증가로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331조8천844억원으로 지난 7월 말 가계부채 발표 당시(321조5천709억원)에 비해 10조3천억원가량 증가한 상태다.
분양 물량이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권에선 집단 중도금 대출이 크게 늘어날 경우 앞으로 2∼3년 뒤 입주 시점에서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금 연체가 늘어나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집단 중도금 대출에 열을 올리던 시중은행 지점들은 금융당국의 지시 이후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입장을 선회하면서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중견 건설사는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받았던 A은행에 중도금 대출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PF를 해준 은행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중도금 대출까지 해주는 게 보통인데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으로 대출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분양이 바로 임박했는데 갑자기 대출을 못해준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다른 1금융권의 다른 은행을 대상으로 부탁 중인데 안 되면 제2금융권이라도 접촉해야 한다”며 “대출 은행을 찾더라도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다른 건설사도 중도금 대출 입찰경쟁에 참여하겠다는 은행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강남 재건축, 위례신도시처럼 서울·수도권의 분양성이 우수한 지역외에 다른 수도권이나 지방은 아예 중도금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한다”며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하고 있어 지방은행 등에 협조를 구해볼 예정인데 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는 한 시중은행과 중도금 대출 협의를 마치고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최근 금융당국의 지시로 대출이 어렵게 됐다며 은행으로부터 ‘대출 불가’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 업체 담당자는 “이미 계약자에게 특정 은행을 통한 중도금 대출 알선 내용이 다 고지된 상태인데 갑자기 대출을 못해주겠다고 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계약자들도 매우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입지여건이 좋은 인기단지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은행이 크게 감소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종전에는 개별 아파트별로 중도금 입찰 경쟁을 부치면 6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소 3∼4개 은행이 참여했는데 지난달 말부터는 1∼2곳으로 줄었다”며 “그나마 인기좋은 서울·수도권의 사정이 이렇고 지방은 아예 대출 은행이 나서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중도금 대출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바뀌면서 중도금 대출 금리도 종전 연 2.5∼2.75% 선에서 불과 보름 만에 최고 1%포인트 높은 3∼3.5%까지 올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은행끼리 경쟁을 붙여야 금리가 낮아지는데 들어오는 은행도 없고 있어도 높은 금리를 요구하니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10월 분양한 아파트만 해도 금리가 2.5∼2.7%였는데 분양성이 양호하고 회사 신용도가 높은 곳도 대출금리가 3%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에 은행이 직접 중도금을 빌려준 현장의 자금관리까지 맡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건설사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의 임원은 “지금까지 은행이 중도금을 빌려주고 돈 쓰임새까지 간섭한 적은 없었다”며 “일선 지점에서조차 인력도, 전문성도 부족한데 아파트 현장의 자금관리를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할 정도인데 이는 업계의 자율성을 무시한 과도한 처사”라며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토지대금 등 사업 초기 자금 마련을 위해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서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건설사의 신규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중소 건설사 중 일부는 대출을 진행 중이던 은행에서 사업성 등을 이유로 PF 대출을 최종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며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가 중도금 대출부터 PF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분위기”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