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한국에서는 왜 근무시간에 연탄 돌리나요

[경제 블로그] 한국에서는 왜 근무시간에 연탄 돌리나요

이유미 기자
입력 2015-12-24 00:00
수정 2015-12-2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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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CEO들 “좋은 일은 조용히” “은행 무료 달력 배포도 이상하고 법인카드로 회식 결제 이해 안돼”

나카무라 히데오 SBI저축은행 대표는 올해 4월 저축은행업계 최초의 일본인 대표로 선임됐습니다.

그는 최근 회사에서 진행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보며 ‘도시테’(왜)를 외쳤습니다. 소외 계층을 위한 연탄 전달 행사였는데 “왜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나와 연탄을 배달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좋은 일이라도 업무시간이 아닐 때 조용히 처리하면 된다는 것이 나카무라 대표의 생각입니다.

외국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연말에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은 으레 ‘새해 달력’을 찾습니다. 은행 입장에서 달력은 한때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뛰어난 홍보 수단이었죠. 집이나 사무실에 걸어 두는 달력은 1년 내내 작은 광고판 역할을 해 왔습니다. 여기에 ‘은행 달력을 걸어 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까지 더해져 은행 달력은 인기 품목입니다.

그런데 외국인 경영진들 눈엔 이 풍경이 낯설기만 합니다. “왜 은행에서 달력을 나눠 주느냐”는 거지요. 은행 업무와 관련이 없는 달력 제작에 해마다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겁니다. 특히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엔 ‘달력 홍보’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씨티은행은 2012년 연말 벽걸이용 달력 제작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후 씨티그룹 구조조정이 한창일 때였는데 미국 본사에서 그해 한국씨티의 달력 제작 경비를 삭감해 버린 거죠. 하지만 고객들의 빗발친 항의에 한국씨티는 결국 이듬해 달력 선물을 부활시켰습니다. 지금도 해마다 13만부씩 찍어 냅니다. 영국계인 SC은행도 마찬가집니다.

한국의 회식 문화도 외국인들에게는 당황스럽다고 합니다. 아무리 회식이어도 각자 먹은 만큼 개인이 돈을 내야지 왜 법인카드로 결제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차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합니다.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지점, 사무소, 현지법인)는 어느덧 160여곳이나 됩니다.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각 업권에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관행처럼 생각하는 많은 부분들에 대해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외국계 CEO들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비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금융사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 먹는 ‘불필요’와 ‘겉치레’는 없었는지 금융사와 고객 모두 다 같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5-12-2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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