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신영복, 서민술에 흔쾌히 ‘처음처럼’ 내주셨다”

“故신영복, 서민술에 흔쾌히 ‘처음처럼’ 내주셨다”

입력 2016-01-16 10:58
수정 2016-01-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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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료 대신 장학금 1억…출시 10개월만에 점유율 두 배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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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의 참이슬(왼쪽)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오른쪽)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왼쪽)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오른쪽)
시대의 지성인으로 존경받는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향년 75세를 일기로 영면하면서, 그가 즐겨쓰던 문구와 손글씨체가 그대로 담긴 소주 ‘처음처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주 처음처럼은 2006년 2월 두산주류BG(현 롯데주류)의 신제품 소주로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2005년 가을께 신제품 개발을 마친 두산주류는 마지막으로 ‘이름짓기(네이밍)’에 골몰하고 있었는데, 당시 이 작업을 맡은 광고·홍보전문업체 ‘크로스포 포인트’의 손혜원 대표가 신영복 교수의 문구 ‘처음처럼’을 추천했다.

손 대표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네이밍 전문가로, 최근 새천년민주연합의 새 당명 ‘더불어민주당’을 만든 인물이다.

한기선 당시 두산주류 사장도 자신이 진로 부사장 시절 히트작 ‘참이슬’ 작명을 맡겼던 손혜원 대표의 역량을 믿고 ‘처음처럼’을 소주 이름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 문구와 글씨체(쇠귀체)의 ‘주인’인 신영복 교수의 의중을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있었다.

당시 두산주류에서 일했던 롯데주류 관계자는 “신 교수님이 존경받는 학자이신데, 과연 술 이름에 자신의 글을 사용하도록 허용할지 사실 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손 대표로부터 제의를 들은 신 교수는 의외로 흔쾌히 ‘처음처럼’ 문구·글씨체 사용을 허락했다. 그는 “가장 서민들이 많이 즐기는 대중적 술 소주에 내 글이 들어간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마침내 2006년 2월 신 교수가 직접 쓴 ‘처음처럼’이 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속 ‘새 그림’과 함께 소주병에 찍혀 세상에 알려졌다.

신 교수는 저작권료도 받지 않았다. 업체가 여러 차례 지불을 시도했으나, “나는 돈이 필요하지 않다”며 극구 사양했고, 결국 두산주류는 저작권료 대신 신 교수가 몸 담고 있는 성공회대학교에 1억원을 장학금 형식으로 기부했다.

갓 출시된 소주 ‘처음처럼’의 인기는 말 그대로 ‘돌풍’ 수준이었다.

두산주류의 이전 소주제품 ‘산’의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했는데, 2006년 2월 ‘처음처럼’이 나온 뒤 불과 10개월만인 2006년 12월 두산주류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두 배이상인 12%로 뛰었다. 이후에도 처음처럼은 성장을 거듭해, 현재 시장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소주 처음처럼이 이처럼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데는 ‘처음처럼’에 담긴 고 신영복 교수님의 깊은 가르침과 친근한 이미지 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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