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어쩌나..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대응 카드도 제한적

홍콩 어쩌나..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대응 카드도 제한적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6-01-22 17:01
수정 2016-01-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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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옮겨 붙은 ‘통화전쟁’으로 인해 홍콩이 1990년대 후반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받고 있다. 홍콩이 쓸 수 있는 대책이 제한적이라 충격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대신증권의 분석 결과를 보면 전날 홍콩 항셍지수 종가 1만 8768.01은 지난해 연중 고점 2만 8442.75에 비해 34%나 하락한 것이다. 이는 연중 고점 대비 45.7%나 폭락한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떠올릴 정도로 가파르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14.4%나 하락하는 등 공포장을 연출했다. 위안화 약세에 따른 중국 금융시장 불안이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으로 번진 것이다.

최근 항셍지수 급락은 홍콩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983년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한 홍콩은 2005년부터 미국달러 대비 환율을 7.75~7.85홍콩달러로 제한하고 있다. 2012년부터 꾸준히 7.77홍콩달러 이하의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던 환율은 지난 14일 7.78홍콩달러로 올라서더니 21일에는 7.82홍콩달러까지 치솟아 상한선에 근접했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가 대거 홍콩 시장으로 유입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페그제로 인해 환율 변동이 없는 홍콩달러가 고평가됐다고 보고 환차익을 노리러 들어온 것이다.

홍콩당국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홍콩달러 절상 ?달러 페그제에서 위안화 페그제로의 전환 ?달러 페그제 범위 확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환율 방어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 카드는 부동산 침체를 부를 수 있어 쓰기가 쉽지 않다. 외환위기 때 홍콩은 기준금리를 6.25%에서 7.0%로 인상했지만, 달러 페그제 포기 우려와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자본유출로 오히려 홍콩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는 역풍을 맞았다. 자국 금융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위안화 페그제로의 전환도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은 “지난해 말 홍콩 외환보유액은 3588억 달러로 외환위기 때의 4배에 이른다”며 “일단 외환보유고를 통해 핫머니 세력을 막고 달러 페그 범위를 늘리는 대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콩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국내 투자자에게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대비 중국(홍콩H)펀드 수익률은 21일 기준 -14.96%를 기록 중이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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