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기세요. 사람들이 공포에 떨 때가 살 때입니다. 비가 오고 눈이 쏟아지는 날이 있지만 언젠가는 지나가잖아요.”
미국 월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다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해 9개월 만에 수익률 1위로 끌어올린 존 리 대표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다. 일회용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리 대표는 대부분 주어와 동사만 사용하는 간결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미사여구를 붙인 말보다 의미 전달은 명확했고, 신념에 가까운 자신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리 대표의 성공 비결은 ‘장기 투자’ 한마디로 압축된다. 주식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 사서 모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리 대표는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인은 50% 이상이 주식을 하는데, 한국인은 2% 남짓에 불과하다며 아쉬워했다. 술 마시는 데 쓰는 돈을 줄여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어치라도 주식을 사라고도 했다. 노후 대비가 바로 주식 투자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종목을 살지는 연구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리 대표는 “사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10초 이상 설명하지 못하면 사지 말아야 한다”며 “회사의 퀄리티를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경영진의 자질을 봐야 한다. 주주를 위하는지, 동업자를 잘 대하는지 눈여겨보라. 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곳은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단언했다.
리 대표가 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하나만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모레퍼시픽”을 들었다. 이어지는 설명. “여기저기 벌였던 사업을 잘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제2, 제3의 아모레퍼시픽 같은 회사가 나와야 한다.” 2013년만 해도 10만원을 밑돌았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현재 40만원 언저리다.
리 대표가 올해 주목하는 업종은 헬스케어, 투자 지역은 중국 등 신흥국이다. 이달 초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시했고, 중국·베트남·라오스·몽골 등 아시아 신흥국 펀드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리 대표는 “이제 사람은 오래 산다. 과거에는 은퇴 후 일흔 살 정도까지 적당히 살다 죽었지만, 100살을 사는 시대가 왔다. 당연히 건강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의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육류 섭취가 많아졌고 질병도 늘었다. 많은 사람이 과체중, 당뇨병 등으로 고생한다.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보험사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시장이 작으니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해선 “한국이 20~30년 전 성장한 것처럼 중국이 뜬다. 앞으로 많은 회사가 생길 것이고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분명히 나온다. 그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대표는 부임 후 팀장과 본부장이 없는 수평적 조직을 만들었다. 모든 보고는 이메일로 하며 결재 라인이 2단계를 넘지 않는다.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고 아무 때나 휴가를 갈 수 있다. 본사도 고층 빌딩이 빽빽한 서울 여의도에서 한적한 종로구 북촌마을로 옮겼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다고요? 미국은 다 그래요. 권위적인 조직에선 직원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다른 의견, 새로운 생각을 수용해야 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한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미국 월가에서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다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해 9개월 만에 수익률 1위로 끌어올린 존 리 대표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다. 일회용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면서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한 리 대표는 대부분 주어와 동사만 사용하는 간결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미사여구를 붙인 말보다 의미 전달은 명확했고, 신념에 가까운 자신감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리 대표의 성공 비결은 ‘장기 투자’ 한마디로 압축된다. 주식은 사고파는 게 아니라 사서 모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리 대표는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의 동업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인은 50% 이상이 주식을 하는데, 한국인은 2% 남짓에 불과하다며 아쉬워했다. 술 마시는 데 쓰는 돈을 줄여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어치라도 주식을 사라고도 했다. 노후 대비가 바로 주식 투자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종목을 살지는 연구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리 대표는 “사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10초 이상 설명하지 못하면 사지 말아야 한다”며 “회사의 퀄리티를 보라”고 조언했다. 이어 “경영진의 자질을 봐야 한다. 주주를 위하는지, 동업자를 잘 대하는지 눈여겨보라. 대주주 이익만 챙기는 곳은 투자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단언했다.
리 대표가 본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을 하나만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모레퍼시픽”을 들었다. 이어지는 설명. “여기저기 벌였던 사업을 잘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 제2, 제3의 아모레퍼시픽 같은 회사가 나와야 한다.” 2013년만 해도 10만원을 밑돌았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현재 40만원 언저리다.
리 대표가 올해 주목하는 업종은 헬스케어, 투자 지역은 중국 등 신흥국이다. 이달 초 ‘메리츠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출시했고, 중국·베트남·라오스·몽골 등 아시아 신흥국 펀드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리 대표는 “이제 사람은 오래 산다. 과거에는 은퇴 후 일흔 살 정도까지 적당히 살다 죽었지만, 100살을 사는 시대가 왔다. 당연히 건강산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의 국민 소득이 늘어나면서 육류 섭취가 많아졌고 질병도 늘었다. 많은 사람이 과체중, 당뇨병 등으로 고생한다. 제약, 바이오, 의료기기, 보험사 등에 투자해야 한다. 한국은 시장이 작으니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해선 “한국이 20~30년 전 성장한 것처럼 중국이 뜬다. 앞으로 많은 회사가 생길 것이고 돈을 잘 버는 회사가 분명히 나온다. 그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대표는 부임 후 팀장과 본부장이 없는 수평적 조직을 만들었다. 모든 보고는 이메일로 하며 결재 라인이 2단계를 넘지 않는다.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출퇴근하고 아무 때나 휴가를 갈 수 있다. 본사도 고층 빌딩이 빽빽한 서울 여의도에서 한적한 종로구 북촌마을로 옮겼다.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다고요? 미국은 다 그래요. 권위적인 조직에선 직원들의 창의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다른 의견, 새로운 생각을 수용해야 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행한 직원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