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동반 급등 속 코스피 경계심 표출
일본은행이 지난 29일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하자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등했다.그러나 한국 증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가 촉발할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감이 부각되는 등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일본은행의 발표 당일 2.8% 급등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9%, 홍콩 항셍지수는 2.54% 상승했다.
또 영국 FTSE100지수(2.56%), 독일 DAX지수(1.64%), 프랑스 CAC40지수(2.19%) 등 유럽 증시는 물론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2.47%)와 나스닥지수(2.38%)도 연이어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들면서 글로벌 정책 공조를 통한 유동성 확대 기대감이 각국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은 모습이다.
이에 반해 코스피는 장 중반 전해진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소식에도 불구, 약세를 이어가다 장 막판에야 반등 흐름으로 전환, 0.27% 상승 마감하는데 그쳤다.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로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존재한다”며 “세계 경제 회복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그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엔화 약세가 진행됐을 때 원화 약세가 동반 진행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엔화 약세가 반드시 코스피의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코스피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만, 최근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2013년 이후 원/엔 환율과 코스피의 상관관계가 -0.40으로 나타나 ‘원/엔 환율 하락기’에 코스피가 오히려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올해 2분기 추가 양적완화의 포석이 될 수 있다”며 “세계 유동성 확대 기대심리가 당분간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주 NH투자증권 WM사업부 연구원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유럽중앙은행(ECB)의 3월 추가 완화 기대, 중국의 유동성 공급,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둔화 가능성 등 각국의 정책 공조 확인으로 안도랠리 기대감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2014년에도 유동성 증대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고 이듬해 본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나오고서야 두드러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일부 외국인이 코스피와 일본 증시를 경쟁 매매 관점에서 보고 있어 코스피의 반등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구나 원/엔 환율과 강한 상관관계에 있는 기계와 정보기술(IT)하드웨어, 에너지, 조선, 자동차 등의 업종은 원/엔 환율 하락 시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제도 도입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공동락 코리아에셋 연구원은 “통화완화 조치의 성격은 경기 부양과 ‘통화 전쟁’으로 불리는 환율 방어를 포함한다”며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은행의 조치 이후 한국은행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이냐에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은이 올해 1∼2회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 3월을 인하 시기로 지목하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전망치를 연 1.85%로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도 한은이 3월에 추가 완화정책에 나설 것이라며 외국인이 국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배팅하고 있어 국내 채권시장 강세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달러 약세로 연결돼야 중국의 통화완화가 가능해지고 일본과 유럽, 그리고 한국도 움직일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