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법정 기한내에 처리되는 경우가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예산안의 기한내 처리를 강제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이래 지난 2년간은 비교적 수월하게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여야가 최대 예산안의 뇌관으로 꼽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 문제를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예산안 법정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안 처리 문제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회, 2002년 이후 11년간 기한내 예산처리 못해 ‘헌법 위반’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즉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87년 개헌 이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에서 법정 기한 안에 처리된 것은 지난해까지 28년간 모두 7차례에 불과하다.
현행 헌법이 처음 시행된 1988년에는 정부 예산안이 12월2일에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1992년, 1997년, 2002년은 선거운동의 필요성 때문에 11월 중에 신속하게 처리됐다.
1994년, 1995년은 법정시한 마지막 날에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로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는 위헌 기록이 11년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해당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해를 넘겨 이듬해 1월1일 새벽에야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예산안 늑장처리가 빈번하게 일어난 것은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은 못박혀있는 반면 이를 강제할만한 별다른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스스로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 예산안을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선진화법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2014년의 경우 국회 예결위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자 12월1일 0시를 기해 정부의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에 여야는 이틀간 ‘비공식 심사’를 거쳐 수정안을 2일 본회의에 제출해 이를 가결하면서 12년만에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12월3일 0시48분에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 시한을 조금 넘기기는 했지만, 사실상 2년 연속으로 데드라인을 지켰다는 평이 나왔다.
◇ 올해도 예산안 처리전망 어두워…새해 벽두부터 경제 ‘삐걱’ 조짐
그러나 올해 예산안 처리전망은 안갯속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마지막 공식 회의날인 이날 30일까지도 여야는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둘러싸고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조세소위가 끝나도 각 당 지도부, 정책위원회 의장들끼리 물밑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여야 의견이 끝내 평행선을 달리면 결국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 정부 안이 그대로 국회에 부쳐진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국회에선 야당이 표결로 정부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법정 기한을 넘겨서까지 더 늘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예산안이 법정 기한 내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악에는 여야가 앞으로 남은 약 한 달 동안 합의를 보지 못하고 해가 바뀌면 준예산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준예산은 국가의 예산이 성립하지 못한 경우 전 회계연도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이다.
헌정 사상 아직 준예산 사태가 빚어진 적은 없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내년 경제가 더 암울해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자금 배정 계획을 세우지 못해 예산을 제때 집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취약계층 일자리 지원과 수출·중소기업·지역경제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내년 400조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준예산 사태가 오면 이 중 일부는 집행되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 처리 논의가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에도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맞물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도 0.1%포인트 낮은 2.6%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예산안 처리가 기한 내에 되지 않으면 정치적 불안정에 더해 내년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예산안의 기한내 처리를 강제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이래 지난 2년간은 비교적 수월하게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여야가 최대 예산안의 뇌관으로 꼽히는 누리과정(만 3∼5세 무상교육) 예산과 법인세·소득세 인상 문제를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예산안 법정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안 처리 문제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회, 2002년 이후 11년간 기한내 예산처리 못해 ‘헌법 위반’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헌법 제54조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즉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987년 개헌 이후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에서 법정 기한 안에 처리된 것은 지난해까지 28년간 모두 7차례에 불과하다.
현행 헌법이 처음 시행된 1988년에는 정부 예산안이 12월2일에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1992년, 1997년, 2002년은 선거운동의 필요성 때문에 11월 중에 신속하게 처리됐다.
1994년, 1995년은 법정시한 마지막 날에 턱걸이를 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로는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는 위헌 기록이 11년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해당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2012년과 2013년에는 해를 넘겨 이듬해 1월1일 새벽에야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예산안 늑장처리가 빈번하게 일어난 것은 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은 못박혀있는 반면 이를 강제할만한 별다른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스스로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 예산안을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회선진화법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2014년의 경우 국회 예결위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자 12월1일 0시를 기해 정부의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에 여야는 이틀간 ‘비공식 심사’를 거쳐 수정안을 2일 본회의에 제출해 이를 가결하면서 12년만에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12월3일 0시48분에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정 시한을 조금 넘기기는 했지만, 사실상 2년 연속으로 데드라인을 지켰다는 평이 나왔다.
◇ 올해도 예산안 처리전망 어두워…새해 벽두부터 경제 ‘삐걱’ 조짐
그러나 올해 예산안 처리전망은 안갯속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마지막 공식 회의날인 이날 30일까지도 여야는 법인세·소득세율 인상,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둘러싸고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조세소위가 끝나도 각 당 지도부, 정책위원회 의장들끼리 물밑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여야 의견이 끝내 평행선을 달리면 결국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 정부 안이 그대로 국회에 부쳐진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국회에선 야당이 표결로 정부 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법정 기한을 넘겨서까지 더 늘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미 예산안이 법정 기한 내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악에는 여야가 앞으로 남은 약 한 달 동안 합의를 보지 못하고 해가 바뀌면 준예산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준예산은 국가의 예산이 성립하지 못한 경우 전 회계연도에 준해 편성하는 잠정 예산이다.
헌정 사상 아직 준예산 사태가 빚어진 적은 없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내년 경제가 더 암울해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자금 배정 계획을 세우지 못해 예산을 제때 집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취약계층 일자리 지원과 수출·중소기업·지역경제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내년 400조에 달하는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준예산 사태가 오면 이 중 일부는 집행되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안 처리 논의가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에도 내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까지 맞물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도 0.1%포인트 낮은 2.6%로 제시하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예산안 처리가 기한 내에 되지 않으면 정치적 불안정에 더해 내년 경제에 더 큰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