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내년 2.8% 성장 어렵다” 못내 고백한 이주열 총재

[경제 블로그] “내년 2.8% 성장 어렵다” 못내 고백한 이주열 총재

이유미 기자
입력 2016-12-16 20:48
수정 2016-12-16 22:1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한은 “내년 1월 전망치 낮춰 발표”

트럼프 당선·최순실 사태 등 포함
“정부와 기싸움하느라 허송세월”


지난달 18일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본관. 이른 아침 이주열 한은 총재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9명의 시중은행장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통화정책 방향을 묻는 자리였죠.

이날 한 시중은행장은 이 총재에게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물었습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데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2.8%)를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느냐”는 촌철살인의 질문이었죠. 이에 이 총재는 착잡한 표정으로 “내년 2.8%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은은 이미 지난 10월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2.8%로 수정해 발표했습니다. 연초 1월(3.2%)에 내놨던 내년도 전망치를 4월(3.0%), 7월(2.9%)에 이어 세 번째로 끌어내린 것이지요. 그런데 10월 전망치에는 오로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만 반영돼 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었습니다. 10월 말 이후 ‘최순실 게이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등장 등 나라 안팎에서 대형 변수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죠. 설상가상으로 이달 들어서는 대통령 탄핵 국면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으로 내수침체와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내년 1월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선 한은이 2%대 중반의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초 수정한 전망치는 2.4%였습니다.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숫자(전망치)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총재가 16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부랴부랴 회동하는 모습을 바라본 한 금융권 인사는 혀를 끌끌 찼습니다. “열두 번은 더 만났어도 모자란데 그동안 기(氣) 싸움 하느라 11개월 만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것이죠. 정부가 손발을 맞춰 백척간두에 선 우리 경제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에 심어 주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2016-12-17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