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시민의 경기주택 매입 6년만에 최고매입지론 고양 압도적 1위…2위 성남, 3위 남양주
서울 은평구에서 전세를 살던 직장인 박모(38)씨는 작년 9월 인근 고양시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한 채를 매입했다.살던 집의 전세 만기가 되면서 8천만원이나 되는 전셋값을 올려주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서울 외곽에 집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씨는 “서울은 집값이 너무 비싸 상대적으로 싼 인근 고양시에서 집을 장만했다”며 “거주지가 경기도로 바뀌면서 서울 도심에 있는 직장이 더 멀어졌지만 전셋값 올려줄 걱정은 안해도 되니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도의 주택을 구입한 서울 사람 비중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도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서울의 비싼 주택가격과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서울을 떠나는 ‘전세 난민’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매매 실거래 통계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에서 거래된 주택 27만7천97건 가운데 서울 거주자들이 매입한 주택은 총 4만2천680건으로 전체의 15.4%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인 2015년의 13.5%에 비해 2%포인트 가까이 비중이 커진 것이다.
서울시 거주자의 경기도 주택 매입비중은 2010년 15.52%에서 2013년에 12.5%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15%를 넘어서며 201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전셋값 등 집값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지역 주택 전셋값은 전년 대비 1.95% 올랐다. 2015년 7.25% 오른 것에 비하면 오름폭이 줄었지만 2014년 말에 비해선 전셋값이 10% 가까이(9.61%) 뜀박질하면서 2년 마다 전세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 보증금 인상이 버거워졌다.
실제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작년 말 기준 73%를 넘어섰고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일부 강북지역의 아파트는 80∼90%에 육박하는 등 전셋값이 매매가격 수준에 맞먹는 곳이 늘고 있다.
2008∼2009년 판교 등 2기 신도시 입주를 정점으로 소강상태였던 경기지역의 입주가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강변도시, 고양 원흥지구 등 택지지구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 것도 ‘탈(脫) 서울’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엔 서울 인구 ‘1천만명 시대’가 무너졌다.
부동산114 리서치팀 이미윤 과장은 “장기간 전세난에 시달린 세입자들이 집값이 비싼 서울을 대신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도의 아파트 등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서울에 출퇴근하기 좋은 지역에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서울 시민의 주택 매입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고양시(6천141건)였다. 서울 시민이 두번째로 집을 많이 산 성남시(3천527건)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치다.
이미윤 과장은 “고양시는 서울 은평구와 인접한 곳으로 서울 도심권에 직장을 둔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라며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지 않아 매입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성남 다음으론 남양주시가 3천295건으로 세번째를 차지했고, 부천(3천170건)·용인(2천946건)·화성(2천401건)·수원(2천275건)·의정부시(2천158건) 등이 뒤를 이었다.
매입 비중으로 보면 하남시가 가장 높았다. 하남시의 경우 지난해 2천686건의 주택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42.6%(1천145건)를 서울 사람이 매입했다.
하남의 경우 지난해 하남 미사경변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에서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1만5천여가구의 입주가 이뤄져 전세난에 지친 서울 사람들이 대거 유입됐다.
두번째로 비중이 높은 곳은 양평군으로 작년 거래된 총 주택 건수가 2천686건에 불과한데 31.4%(633건)를 서울지역 사람들이 매입했다.
전원주택, 세컨하우스 등의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인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고양시 덕양구(25.4%), 과천시(24.5%), 김포시(24%), 남양주시(23.1%), 구리시(22.8%) 등에도 서울 사람의 매입 비중이 높았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하반기 경기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면서 서울에 거주하는 내집마련 수요와 전세 수요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 주택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경기지역으로의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