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年 1조5천억원…세금으로 쌀농사 지탱 언제까지

보조금 年 1조5천억원…세금으로 쌀농사 지탱 언제까지

입력 2017-02-27 09:31
수정 2017-02-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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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직불금 WTO 농업보조금 한도 초과…“지속 어려워”“쌀에 집중된 보조금 정책 개편해야…日은 총리가 개혁 주도”

식생활 변화에 따라 쌀 소비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지만 쌀 재배면적이나 생산량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막으려면 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지만 쌀 농가가 쌀 농사를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쌀에 치우친 정부의 보조금 정책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쌀값 폭락 사태를 막고 해마다 쌀 농가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는 낭비를 막으려면 쌀에 치우친 보조금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쌀 소비량은 급감하는데 생산량은 더디게 감소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419만7천t으로 전년보다 3.0% 줄어드는 데 그쳤다.

432만7천t이었던 전년 생산량보다는 소폭 감소했지만 401만t이었던 2012년보다는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벼 재배면적은 77만8천734㏊로 전년보다 2.6% 감소했다.

쌀 생산량이나 재배면적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 추이가 매우 더디다.

2006년 쌀 생산량이 468만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사이 쌀 생산량은 10.3% 줄었다.

반면 쌀 소비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06년 78.8㎏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61.9㎏으로 10년 사이 21.4%나 급감했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30.1㎏에 달했던 1984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식생활 서구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이 사상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런 추세가 우리와 마찬가지로 쌀이 주식인 일본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1962년 118㎏에 달했으나 50년 뒤인 2012년에는 56.3㎏으로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쌀 소비량은 매년 급감하는 추세지만 국내 생산이 이런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공급과잉이 심화하는 구조”라며 “쌀 소비량은 앞으로도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쌀 변동직불금 WTO 한도 초과…한계 부딪힌 보조금 정책

공급 과잉에 따른 쌀값 폭락 사태는 정부가 농가의 소득 보전을 위해 지불하는 쌀 변동직불금이 세계무역기구(WTO)가 정한 농업보조금 한도를 초과하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

쌀 변동직불금이란 정부가 쌀값 하락으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를 보전해 주는 제도인데, 수확기 산지가격이 목표가격을 밑돌 경우 둘 사이 차액의 85% 내에서 기본 보조금(고정직불금)을 제외한 금액을 보전해 준다.

하지만 지난해는 급격한 소비 감소와 풍년 등의 영향으로 쌀값(수확기 산지 80㎏ 기준)이 12만9천711원으로 폭락하면서 정부가 보전해야 할 차액이 대폭 늘어나 급기야 WTO 농업보조금 한도를 초과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WTO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따라 한국의 농업보조금 상한액(AMS)을 1조4천900억원으로 설정했는데, 정부가 지급해야 할 변동직불금 규모는 1조4천977억원이 된 것이다.

결국 정부는 WTO 기준에 맞춰 변동직불금 지급 규모를 AMS 한도인 1조4천900억원으로 깎아야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변동직불금 등의 보조금으로 쌀 농가의 수입을 떠받쳐주는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는 차액 자체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도 수요감소 등으로 계속 쌀값이 추락하면 농민들이 보조금을 받지 못해 보게 되는 손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민 반발 등이 불 보듯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쌀 재배면적 축소 등 근본적 농정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쌀값이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쌀 재배면적 축소와 직불제 개편, 해외원조 확대 등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日은 2014년 쌀 변동직불제 폐지…“쌀에 집중된 보조금 정책 개선해야”

우리와 마찬가지로 식생활 서구화에 따른 쌀 소비 감소와 공급 과잉 사태에 직면한 일본은 2013년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도로 쌀 정책 개혁을 추진 중이다.

총리실 산하에 ‘농림수산업·지역의 활력창조본부’를 설치, 쌀 정책 개혁 추진과 관련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했고 아베 총리가 직접 본부장을 맡아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쌀 보조금 정책의 양대 축인 변동직불제는 2014년 폐지했고, 고정직불제는 2018년에 폐지하기로 했다.

또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지탱해온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타 작물 전환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쌀 농가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콩이나 밀, 보리 등 다른 작물에 주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쪽으로 보조금 정책을 개편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논에 쌀을 심는 비율이 90% 이상이지만 일본은 60% 안팎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타 작물 전환 유도 정책의 영향으로 쌀 대신 논콩이나 밀, 보리 등의 맥류를 많이 심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인데도 국내 쌀 농가들이 좀처럼 쌀 농사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 것이 기계화율이 가장 높아 쌀 농사가 가장 쉽고 편한 데다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분을 대부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정부의 쌀 보조금 정책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쌀에 집중돼 있다 보니 쌀 농가가 좀처럼 쌀 농사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도 일본처럼 고품질 식용 쌀은 가격을 시장에 맡기고 가공·사료용 쌀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촌경제연구원 김종인 박사는 “일본 아베 내각은 2013년부터 총리실 주도로 쌀 정책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농림수산업·지역의 활력창조본부’가 개혁을 주도해 개혁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이어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쌀의 수급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이므로 일본의 쌀 정책 개혁의 효과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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