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美 무역전쟁서 ‘전투식량’ 떨어진 韓 협상단

[경제 블로그] 美 무역전쟁서 ‘전투식량’ 떨어진 韓 협상단

장은석 기자
입력 2018-03-23 01:56
수정 2018-03-23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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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협상 예상 소량만 챙겨가

컵라면·김치 등 못 먹어 ‘고충’
바쁜 일정 탓 한인식당도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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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영상 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 한·미 FTA 대표 협상단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영상회의를 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현종(영상 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 한·미 FTA 대표 협상단이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영상회의를 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전쟁에서 이기려면 병사들을 잘 먹여야 하는데, 전투식량이 떨어져서….”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막강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무기를 들고 직접 전장에서 싸울 군사들을 잘 먹이고 입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예로부터 적의 보급로를 끊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략가들이 많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미국 현지로 날아가 미 행정부와 줄다리기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한·미 무역전쟁의 첨병이죠. 그런데 보급품이 떨어져 고생이라고 합니다. 보급품이란 컵라면과 고추장, 김치 등 매운맛 한국 음식과 속옷 등 여분의 옷가지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3차 개정 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난 협상단은 지난 15~16일 공식 협상을 마쳤지만 아직 귀국하지 못했습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수입산 철강 관세 조치를 한·미 FTA와 연계한 탓에 협상단도 철수를 못 하고 비공식 협상을 계속하고 있죠. 당초 FTA 협상이 2~3일의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해 소량의 보급품만 챙겼던 겁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직원들이 바쁜 협상 일정으로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한 데다 입맛에 안 맞는 양식만 먹고 있다”며 “밤에 숙소로 돌아와 컵라면에 김치라도 먹어야 힘이 날 텐데 그것마저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워싱턴에도 한인 식당과 마트가 있어서 현지 조달이 가능하지만 협상단은 몸을 뺄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후방에서 보급품을 날라 줘야 하는데 택배로 보내도 한참 걸린다”면서 “일단 여비가 떨어졌다고 해서 급한 대로 돈을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협상단의 귀국은 더 늦어질 듯합니다. USTR이 21일(현지시간) 철강 관세 면제에 대해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서죠. 당초 미국이 23일(현지시간) 관세 조치를 발효한다고 했는데 상황이 급변한 것입니다. 관세 면제 등 국익 극대화를 위해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할 정도로 고생하는 협상단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꼭 승전보를 전해 주길 기대합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8-03-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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