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전력공사, 17일 한국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가격 경쟁력과 시공 능력 앞세운 ‘가성비’ 전략
2009년 UAE 바라카 수주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첫 유럽 진출 상징성…“정부 적극적 역할 해야”
체코전력공사(CEZ)는 17일 체코 중부지역 두코바니 원전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를 선정했다. 사진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체코 산업통상부는 17일(현지시각) 열린 체코 공화국 정부 회의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외할 것을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필두로 한전기술·한국원자력연료·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으로 결성된 팀코리아는 프랑스전력공사(EDF)를 극적으로 따돌렸다.
체코 원전 건설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멜린에 각각 2기씩 1200㎿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애초 두코바니 원전 1기만 지으려다가 4기를 건설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체코 정부에 따르면 예상 사업비는 1기 약 2000억 코루나(약 12조원), 2기에 4000억 코루나(약 24조원)이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두코바니 5·6호기는 확정됐고, 테믈린 3·4호기는 체코 정부와 발주사가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과 시공 능력, 기술력을 앞세운 ‘가성비’ 전략이 통했다. 한수원은 출력 1000㎿급의 APR-1000을 앞세워 수주 도전에 나섰는데 건설 단가가 1기당 9조원으로 EDF의 원전 EPR1200(15조~16조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2021년 기준 한국 원전의 건설 단가는 1㎾당 3571달러로 프랑스(7931달러)의 절반에 못 미친다. K원전의 강점으로 꼽히는 ‘납기 준수 실적’도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을 납기일에 맞춘 반면 프랑스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를 예상보다 14년 넘겨 준공했다.
지난 2011년 9월 27일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뉴시스
체코 원전 수주는 첫 유럽 진출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유럽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력 위기를 느낀 프랑스, 체코, 튀르키예, 영국, 폴란드 등은 무탄소 전원 확대 필요성에 따라 원전을 꾸준히 늘릴 태세다. 우리나라는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사우디 신규 원전 건설에도 도전 채비를 하고 있다.
과거 국제 원전 수출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에겐 호재다. 2017년 1000억 달러(약 138조원) 규모이던 원자력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4% 성장해 2026년 2459억 달러(약 272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다. 한기인 전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 명예교수는 “원전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제외하면 큰 발전소를 짓는 나라는 제한적”이라면서 “원전을 들이려는 국가에선 K원전을 원해도 정치적 이슈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있어 정부가 잘 풀어 줘야 원전 10기 수출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단지 전경. CEZ Group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