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36곳 37명 임기 종료
조병규 우리은행장 연임 불가 결정
국민은행은 리딩뱅크 자리 빼앗겨
신한금융 ‘쇄신’ 방점… 물갈이 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연임’ 주목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으로 불명예 퇴임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금융권에 ‘내부통제 위기 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연말 금융지주 계열사 사장단 임기가 대거 만료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의 계열사 53곳 중 67.9%에 달하는 36곳, 37명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올해 말 또는 내년 3월 만료된다. 특히 4대 금융 핵심 계열사인 은행과 카드의 수장들은 모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먼저 고의로 부당대출 금융당국 보고를 지연한 혐의를 받으며 피의자 신분이 된 조 행장은 연임이 무산됐다. 지난 22일 우리금융 이사진은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정례 이사회에서 조 행장의 연임이 어렵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행장에겐 자진 사임하거나 한 달여 남은 임기를 수행하는 선택지가 있다.
이 외에도 우리카드·우리캐피탈·우리자산신탁·우리금융에프앤아이·우리신용정보·우리펀드서비스 등 은행을 포함해 총 7곳의 수장 임기가 연말 끝난다. 은행 출신인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대표 등은 지난해 조 행장과 함께 은행장 후보 롱리스트에 포함된 바 있어 차기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카드·우리캐피탈·우리금융저축은행·우리투자증권 역시 부당대출 의혹에 얽혀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지주들이 관례처럼 해 온 ‘회전문 인사’가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부에서는 박장근·유도현·정진완·김범석·기동호 부행장 등이 차기 은행장으로 거론된다. 우리은행장직엔 전신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 안배도 작용한다.
KB금융은 보수적인 산업군이란 평가를 받는 금융계 내에서도 보수적인 금융지주로 꼽힌다. 인사 역시 안정 추구형으로 진행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신임 아래 안정적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무난하게 3연임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올해 1~3분기 국민은행 누적 순이익이 2조 6179억원으로 신한은행(3조 1028억원)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는 점은 발목을 잡는다. 금융지주 순이익으로는 KB금융(4조 3953억원)이 신한금융(4조 441억원)을 앞선다. 일각에선 이 행장이 지주사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각자대표 체제인 KB증권의 김성현·이홍구 대표, 이창권 국민카드 대표,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 김명원 KB데이타시스템 대표의 임기가 연말 끝난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쇄신’에 방점을 두면서 대폭 교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신한금융 계열사 14곳 중 11곳 수장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고 신한은행 이외 또 다른 은행 자회사인 제주은행 박우혁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 예정이다. 인사 대상이 많은 만큼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은행과 카드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은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경영 성과에 대한 평가에 따라 연임 임기가 1년 또는 2년으로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인데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거래로 인한 1300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에 따른 ‘용퇴론’이 제기된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의 첫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돼 셈법이 더 복잡하다. 사장단 인사판을 대폭 흔들어 놓으면 향후 함 회장이 연임을 했을 때 리더십 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CEO를 연임시킨 터라 올해도 안정을 택할 경우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또 차기 회장 후보로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거론되는 만큼 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군과도 연결돼 있다. 하나금융은 계열사 12곳의 CEO 임기가 연말 끝난다. 함 회장은 현재 만 68세인데, 하나금융은 만 70세가 되면 CEO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2024-1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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